법 앞의 평등, 힘 있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원칙 [기자수첩-사회]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06.18 07:00  수정 2025.06.18 07:00

사법부, '헌법 84조' 사유로 이대통령 형사재판 연기

'기각 중론'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헌법소원 잇달아

법조계 시각, '과거 권력 겨냥' 3대 특검으로 옮겨가

법 앞의 평등, 공정 되살리고 사회적 비용 줄이는 길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로 향하며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정권이 하고자 하는 대로 아마 끌고 갈 거예요."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공판과 대장동 사건 공판 기일이 추후지정(추정)되기 전 한 수도권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통화에서 기자에게 해준 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해당 교수의 말처럼 이 대통령이 연루된 형사재판은 하나둘씩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기 시작했다. 사법부는 재판 연기 사유로 '헌법 84조'를 들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그 헌법 조항이 맞다.


보통의 시민은 대통령이 되면 재판도 연기받을 수 있다는 것에 큰 분노를 느낀 모양이다. 헌법재판소에는 '재판부의 이 대통령 재판 기일 추후지정으로 평등권이 침해됐다'라며 일반인들의 헌법소원이 잇따랐다. 물론 이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대부분 기각되리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그런데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며 헌법 11조 1항이 있음에도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연기된 것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반드시 법 앞에 대통령이든, 가난하든 똑같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법 적용의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재판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으니 이 대통령만 '예외'를 적용받는다는 시민들의 분노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제 법조계 시각은 이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서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사건) 특검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3대 특검은 다음 달 초 본격적인 수사가 동시에 시작될 전망이다. 특검에서는 지난 정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예정인데 수사 범위만 해도 '매머드급'이다.


'내란 특검'은 ▲12.3 비상계엄 위헌·위법성 ▲정치인·법조인·언론인 체포·감금 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당 당사 등의 불법 점령 및 압수수색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 의혹 등 11개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두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명태균씨·건진법사 등의 국정 및 인사 개입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공흥지구 특혜 인허가 의혹 등 16개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채상병 특검'의 경우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외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8개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특검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내란 특검은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의 경우 최대 205명, 채상병 특검은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을 둘 수 있도록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다. 특검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도 389억4600만원(내란·김건희 특검 각 155억4500만원, 채상병 특검 78억5600만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3대 특검은 다음 달 초 본격 출범하기 전부터 우리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힘이 있다고 재판이나 수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예외 없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수사 및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공정을 되살릴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가 짊어야 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법 앞의 평등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번 정권 하에서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지연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같은 '정권 친화형' 사법개혁이 아닌 부디 국민이 직접 '법 앞의 평등이 살아 숨 쉬고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정한 사법 절차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서두에 언급한 해당 로스쿨 교수는 전화를 끝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을 위해서 한다니깐 국민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봅시다."


내란특검으로 지명된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특검으로 지명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채상병특검을 맡을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사진 왼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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