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학문으로 끝나선 안돼…
대안 모색까지 나아가야" 직접 독려
소장개혁파 김해영 연사 섭외 '주목'
'돈봉투' 피해자 홍영표, 목소리 내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영구 귀국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친이낙연계의 보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파동도 친낙계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낙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은 이달말 광주광역시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광주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의 '심장'에 해당한다. 고향인 전남 영광·함평에서 4선 의원을 하고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전 대표의 연고지 또한 호남이다.
민주당에 변화가 일 때, 그 시작은 늘 호남이었다는 점에서 '연대와 공생'이 첫 지방 심포지엄 개최지로 호남, 그 중에서도 광주를 선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포지엄의 주제도 의미심장하다. 팬덤 현상에 한국 정치에 끼치는 부작용과 악영향이 주된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우리 사회 최악의 정치 팬덤은 이재명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이라는 점에서 결국 민주당 '이재명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연대와 공생'은 장인상을 당해 일시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도 공사다망한 와중에 짬을 내어 관계자들을 접견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는 단체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장인의 발인인 관계로 경황이 없는 중에도 새벽 일찍 '연대와 공생' 관계자들과 티타임을 갖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연대와 공생' 관계자들을 향해 "(활동이) 학문적인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정치에 있어서의 '대안 모색'에 방점을 찍은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다.
연사로는 민주당내 대표적인 소장개혁파 인사인 김해영 전 최고위원과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이재명 체제'를 향한 비판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어 비명(비이재명)계 범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친낙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만약 김 최고위원의 연사 섭외가 성사되면 친낙계의 외연 확장 또는 비명 제세력의 연대 움직임으로 주목할만 하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우려를 갖는 한편 일부 친명계의 폭주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내 인사들은 적지 않으나, 이들을 하나로 묶을만한 구심점이 마땅치 않았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과연 비명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었는데, '연대와 공생'이 적극적인 외연 확장을 펼치려는 모습이 아닌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5·2 전당대회의 '돈 봉투' 파동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것도 친낙계의 움직임에 힘이 실리는 요소다.
2021년 5·2 전당대회는 비문(비문재인)계 송영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계 홍영표 의원의 치열한 각축전 끝에 홍 의원이 4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송 전 대표가 45%가 반영되는 전국대의원 투표에서 간발의 차이로 앞서면서 최종 0.59%p 차이로 송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다.
그런데 전당대회 직전인 4월말에 송영길 전 대표 캠프로부터 전국대의원 및 대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0.59%p 차로 당권을 놓친 홍영표 의원은 '돈 봉투' 파동으로 당대표직을 빼앗긴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홍 의원이 '연대와 공생' 활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안 또한 내주부터 시작될 당내 진상규명 절차에 따라 홍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낙계가 목소리를 높이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2021년 5·2 전당대회로 송영길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송영길 체제'에서 관리된 그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를 누르고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불과 5개월 전의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친문계 홍영표 의원이 비문계 송영길 전 대표를 이겼는데, 5개월 뒤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도 의아한 점"이라며 "어떻게 마치 밭이 갈리듯 권리당원들의 투표 성향이 수 개월 사이에 갈아엎어졌는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현 대표 사이의 밀접한 관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영길 체제'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돼 본선에 나선 이재명 대표는 대선에서 석패한 뒤, 송 전 대표가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고 이 대표는 송 전 대표가 비워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원내에 입성했다.
'첫 단추'에 해당하는 5·2 전당대회 결과의 정당성이 의심받기 시작한다면, 이후 펼쳐진 일련의 정치적 과정도 모두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경민 민주당 전 의원은 "2021년 5·2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은 홍영표 후보가 이겼지만, 전국대의원 1만5000명 투표에서 송영길 후보가 215표를 이기면서 0.6%p 차이로 송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 결과가 그대로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10월의 다음 전당대회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뒤로는 다들 기억하는 정치과정들이 진행됐다. 5월에 송영길 대표가 선출됐던 전당대회가 큰 흐름의 시작이었던 것"이라며 "지금 여러 의원들이 '이것이 그런 의미를 가졌구나' 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