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회관서 기자회견 열고 새 이사진 발표
남은 임기 1년 8개월 끝까지 완수 의지 밝혀
기습 사면 논란 사과하고 ‘환골탈태’ 다짐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들에 대한 ‘기습 사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며 소통에 나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친선 A매치를 1시간 여 앞두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어 공분을 샀다.
결국 어느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기습 사면은 사흘 만에 철회라는 희대의 촌극이 됐고, 협회 이사진 전원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총사퇴에서 유일하게 제외됐던 정몽규 회장은 사면 철회 발표 후 준비한 사과문 달랑 한 장만 읽었을 뿐, 취재진의 질문조차 받지 않으며 소통의 창구를 닫았다.
사면 논란 이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정몽규 회장은 이날 전무직을 폐지하고 상근부회장 제도를 도입하는 새 이사진 개편의 쇄신안을 갖고 공식석상에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 한 달 여간 협회는 힘든 시간이었다. 사면은 그 취지가 어쨌든 간에 옳지 못한 결정이었다”며 “조치를 철회됐다고 하지만 축구계 종사자는 물론 팬 여러분,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안겼다. 면목이 없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여러 의견들을 듣고 깊이 살펴봐야 했는데 신중하지 못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협회장직 사퇴에 대한 고민도 있었음을 털어놨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4월 초 이사진 전원 사퇴 때 나 역시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었다”며 “하지만 남은 임기 기간 동안 협회를 안정시키는게 진정 한국축구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천안 축구센터 건립의 경우 한국축구 100년 기틀을 다지는 중요한 사업이다. 새 집행부 구성 등도 시급한 일이었다”며 남은 임기 1년 8개월을 완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몽규 회장이 직접 발표한 쇄신안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기존 협회의 살림을 책임졌던 전무직이 폐지되고, 대신 상근부회장 제도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상근부회장은 김정배(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이 맡는다.
문체부에서 국제체육과장과 2차관까지 역임한 김정배 상근부회장은 협회 내부 정비와 소통에 힘 쓸 예정이다.
김정배 상근부회장은 “대한축구협회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거 같다. 중요한 시기에 동참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0여 년 간 문체부서 일한 경험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이번 이사진 개편의 가장 큰 화두로 소통을 내세웠다. 이에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한준희 축구 해설가 등을 영입해 홍보 조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축구인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가 필요했다. 경기인 출신의 부회장, 분과위원장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축구계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벌어진 사태로 인해 많은 비판과 질타가 있었다. 협회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새 이사진 구성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새로운 집행부를 지켜봐 달라, 따끔한 질책도 부탁한다”고 달라진 모습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