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 야구로 설욕한 베네수엘라, 축제의 밤 “임시공휴일 선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6.03.19 14:51  수정 2026.03.19 14:51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거리 응원을 펼치며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이겼다”며 환호했다. ⓒ AP=뉴시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미국의 기세를 꺾은 것은 일본도 도미니카공화국도 아닌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 야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펼쳐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었다.


3회 희생타와 5회 윌리에르 아브레우의 솔로 홈런으로 2-0 리드를 잡은 베네수엘라는 불펜을 총동원해 미국 타선을 묶으려 했지만, 8회말 브라이스 하퍼에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2-2 동점을 허용했다.


베네수엘라의 집중력은 끝까지 살아있었다. 9회초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걸어 나간 데 이어 대주자가 2루 도루에 성공해 무사 2루 찬스를 잡았다. 결정적 찬스에서 에우헤니오 수아레스가 적시 2루타를 터뜨려 3-2로 앞서나갔다.


9회말 마무리 팔렌시아가 160km 강속구로 마지막 세 타자를 틀어막고 경기를 끝냈다. 미국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고, 베네수엘라는 국기를 두르고 한데 모여 환호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양 팀의 맞대결은 ‘마두로 더비’로도 불렸다.


지난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단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가운데 정치적으로 최악의 관계에서 성사(?)된 야구 대결에서 자국 대통령 마두로를 축출한 미국을 꺾고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베네수엘라는 WBC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버틴을 일본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 이어 미국까지 연파하고 사상 첫 우승컵을 품는 이변을 일으켰다.


서로 얼싸안은 선수들은 시상식에서 국가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주장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로열스)는 기쁨을 만끽했다. 2021년 AL 홈런왕에 등극했던 베테랑 페레즈는 경기 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벌어진 현 상황을 짤막하게 언급하면서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싸웠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MVP에 선정된 베네수엘라 마이켈 가르시아(캔자스시티 로열스)도 “우리는 매일 3000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과 해외 동포를 위해 경기에 나섰다. 조국에 기쁨을 안겨 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이 축출당한 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거리 응원을 펼치며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이겼다”며 환호했다.


통쾌한 설욕 아닌 설욕에 베네수엘라는 임시 공휴일을 선포, 국가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됐다.


베네수엘라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SNS를 통해 임시 국경일을 선언하면서 “모두 광장으로 나와 야구대표팀의 우승을 축하하자”고 전했다. 광장으로 나온 베네수엘라의 한 시민은 “미국전 승리는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다. 이번 승리는 희망도 함께 키웠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가 결승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 베네수엘라를 조롱하는 메시지를 남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확정됐다"는 베네수엘라를 자극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이어갔다.

WBC 우승 차지한 베네수엘라 야구대표팀.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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