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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선택받은 서민'이자 '특별한 가붕개'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05.10 07:00 수정 2023.05.10 07: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장하성 "모두가 강남 살 이유 없다"

진선미 "아파트란 것에 환상 버려라"

조국 "가붕개, 하늘 쳐다보지 말라"

민주당 집권기의 정책철학이더니…

김남국·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2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서민은 평생 벌어도 강남에 입성할 엄두를 못 내게 만든 지난 문재인정권 시기,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교통방송라디오 '뉴스공장'에 나와 김어준 씨와 대담을 하던 도중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아야 될 이유는 없다"며 "내가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교통도 편리하고 학군도 좋고 녹지도 많고, 무엇보다도 집값이 가장 먼저 오르고 가장 나중에 떨어지는 '강남불패'의 땅, 나는 여기에 살고 있지만 너희 신민(臣民)들은 여기 와서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는 규정이었다.


이러한 정책철학의 기저에는 직전 정권의 핵심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있다. 평산마을에서 책방을 하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더니, 다큐멘터리 영화에까지 나와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그 조국 전 장관이다.


조국 전 장관은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하던 2012년 봄날 "우리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하나,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며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돼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고 독려했다.


확고불변한 정책철학에 기반한 발언은 이어졌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위원장은 2020년 11월 임대주택 시찰 현장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며 "아파트라는 것에 환상을 버리면 꼭 소유의 형태가 아니라 임대의 형태에서도 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래미안 솔베뉴'에 사는 진 위원장이 빌라를 개조한 임대주택을 둘러보며 "차이가 없다"고 강변하고, 서민들에게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임대로 만족하라고 다그치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정운영의 경험이 있는 수권정당 민주당의 정책철학은 확고하면서도 일관된 줄 알았다. 그런데 9일 김용민 의원의 SNS를 보고 순간 혼동이 왔다.


'김남국 코인 논란' 일파만파에 돌연
김용민 "민주당은 서민도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 만드는 정당"
왜 그 '부유해지는 서민'은 김남국일까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라며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고 발언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할 이유는 없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임대의 형태로 주거를 마련하라'는 직전 정권의 정책철학과는 그야말로 운니지차(雲泥之差)의 발언이다.


게다가 대표적인 '조국수호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이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들은 하늘의 구름 쳐다보지 말라'는 조국 전 장관의 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아마 아무 일도 없던 평소에 이 발언이 나왔다면 국민들은 신선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코인 투자'로 재산을 크게 불린 김남국 의원이 큰 논란에 휩싸여있을 때 이런 말을 했다는 점이다. 김용민 의원과 김남국 의원은 '조국 옹호'라면 서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입장이며, 민주당 초선 강경파 의원들의 당내 사조직인 '처럼회'에 같이 속해있기도 하다.


김남국 의원 본인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의 재산은 초선 의원 임기 도중에 크게 불어났다. 2021년 첫 재산신고 때의 재산은 11억8103만원이었다. 올해 재산신고는 건물 8억2000만원, 예금 4억5681만원 등에 본인 스스로 따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가상자산 9억1000만원을 합하면 24억원이 넘어간다. 의원 첫 임기만에 재산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며 '부유'해졌다.


이는 논란이 된 위믹스 80만 개(60억원 상당)를 차치하고 김남국 의원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수용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재산 폭증의 배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져갈 때, 김용민 의원이 시의적절하게도 "민주당은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왜 그 '얼마든지 부유해지는 서민'은 하필 김남국 의원이어야 할까. 다른 서민들은 김 의원처럼 '조국 수호'를 해서 국회의원 공천도 받고, 의원으로 있는 동안 억 단위의 코인 거래를 하면서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없는 것일까. 서민도 누구나 부유해지는 나라를 만든다는 민주당이 왜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서민들에게 강남 살아야할 이유가 없으니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임대로 주거를 마련하라고 했을까.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는데, 김남국 의원은 어떻게 국회의원도 되고 재산도 크게 증식시켜 돈과 권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양손에 움켜쥔 채 승천하는 용이 됐을까. '용이 될 필요가 있는' 서민은 따로 있는 것일까. 그 서민은 누가 선정할까. 그리고 왜 개천에 남게 된 가붕개들은 훨훨 승천한 김남국 의원이 날아다니는 하늘의 구름은 쳐다보지도 말고, 개천이나 예쁘고 따뜻하게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할까.


기왕 시의적절하게 나선 김용민 의원이 보다 분명히 정의를 해줬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서민 '모두가'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은 아니라고, 서민 중에서도 '민주당에 의해 선택받은 서민' '특별한 가붕개'는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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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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