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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일대일로 프로젝트’ 진검승부 펼친다


입력 2023.05.14 06:06 수정 2023.05.14 13:16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美, 중동~인도 잇는 철도·항로망 연결 大프로젝트 논의

중동 세확장 中에 맞서 이스라엘 철도망 아이디어 제공

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아프가니스탄 합류시켜 맞불

아프가니스탄 참여로 中 막대한 광물자원 확보에 유리


미국이 지난 7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해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 건설 방안을 관련국들과 집중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7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해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 건설 방안을 관련국들과 집중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중동 지역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한판 승부를 겨룬다. 미국이 중동~인도를 철도·항로로 연결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건설방안을 관련국들과 논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도 부리나케 아프가니스탄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新실크로드) 사업에 합류시키며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이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제5차 3개국(중국·파키스탄·아프간) 외교장관 대화’에 참석한 친강(陳剛)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 대행을 만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 아프간을 참여 시키는 공동성명에 합의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CPEC는 중국이 상품을 수송하기 위해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 지역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육로로 연결하고 발전소·경제특구 등 각종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는 600억 달러(약 79조 5000억원) 규모의 대형 개발사업이다. 쉽게 말해 중국이 중동산 원유를 곧바로 중국 내로 들여오기 위해 추진하는 대형 토목사업인 셈이다.


친 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아프간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산수상련’(山水相連)의 우호적 이웃 국가”라며 “국제 및 지역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시종 아프간 국민의 편에 설 것이며, 아프간이 자신들 국가 상황에 부합하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앞으로도 과거처럼 아프간의 주권과 독립,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고 두 나라 간 각 영역의 협력을 심화하며, 아프간이 하루 빨리 자립·자강을 실현하고 평화·안정과 발전·번영을 실현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강(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 대행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친강(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6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 대행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이에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은 “아프간은 중국과의 관계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일대일로의 틀 안에서 중국과 경제·무역, 인적 교류, 인프라 건설 등과 관련한 협력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아프간을 합류시킨 것은 아프간과의 협력강화을 통해 신장위구르 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아프간의 막대한 광물자원을 선점하려는 정치·경제적인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탐사되지 않은 채 매장돼 있는 아프간의 광물 자원 규모는 1조∼3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광물 종류도 구리와 철, 리튬, 희토류 등 다양하다.


이런 까닭에 아프간의 CPEC 참여는 중국과 아프간에 ‘윈-윈게임’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국은 아프간의 엄청난 자원 잠재력을, 아프간은 상당한 경제적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1월 아프간 북부 아무다리야 분지의 원유생산을 위해 중국 국유기업 중국석유(中國石油·PetroChina)의 자회사가 현지 진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일찌감치 아프간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2021년 8월 탈레반 정부가 재집권한 뒤 발 빠르게 현지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현 공산당중앙 정치국 위원·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미군이 철수하기 직전인 2021년 7월 탈레반 인사를 중국 톈진(天津)으로 초청해 만났고, 지난해 2월에는 아프간 카불을 직접 찾아가 아프간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 재건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G7 국가들이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데 2035년까지 40조 달러를 투입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을 구체화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G7 국가들이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데 2035년까지 40조 달러를 투입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을 구체화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를 발판으로 중국 기업 고친(Gochin)은 지난달 13일 아프간 리튬 개발에 10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아프간 광물·석유부가 전했다. 이와 함께 아프간의 자금난 해소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중국은 탈레반의 테러활동 우려를 이유로 내세워 해외에 동결된 금융자산을 해제하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프간의 해외 동결자산은 9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중국은 아프간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합류시켰지만 아프간의 치안문제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파키스탄 카라치대 공자학원 부근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중국인 교사 3명과 파키스탄인 운전사 1명이 사망하는 등 이웃 파키스탄에서 테러가 빈번한 데다 아프간의 치안상황도 파키스탄보다 더욱 불안한 탓이다. 중국은 신장 지역에 기반을 둔 분리주의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이 아프간과의 접근을 통해 이슬람 무장세력 등의 지원을 받아 활동을 강화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중동에서 급속히 세를 불리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중동~인도를 철도와 항로로 연결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청사진 마련에 나섰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국가안보보좌관들과 만나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 건설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는 아랍 국가들과 걸프만을 철도망으로 연결하고 항로를 통해 인도까지 잇는 합작 인프라 사업이다. 특히 중동 지역 항구들을 이용해 인도까지 운송항로를 열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대응하기 위해 중동 일대 우호국들의 연계를 강화하고 중국의 길목에 있는 인도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 데일리안 ⓒ 데일리안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의 핵심은 동부 지중해 연안의 레반트(시리아·레바논·요르단·이라크·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과 페르시아만 일대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들을 철도로 잇는다. 이후 페르시아만 연안부터는 인도까지 바닷길로 연결한다. 페르시아만 일대 국가를 철도로 묶은 뒤 인도와 바닷길로 연계해 거대한 교통·물류망을 짓는 만큼 ‘미국판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불린다.


이에 따라 설리번 보좌관은 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수도 리야드를 날아갔다. 미국과 사우디는 전통적 우방이지만 2018년 10월 발생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후 미국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하면서 관계가 경색됐다.


그사이 중국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시 주석이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방문해 협력을 약속했고, 올 들어서는 중동의 대표적 앙숙 겸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과의 관계정상화를 중재했다. 2016년 단교했던 사우디와 이란 대표가 지난 3월 베이징에서 만나 외교관계 복원을 발표하는 모습에 미국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고민하던 미국에 ‘철도망 연결’이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이스라엘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를 발전시켜 사우디까지 참여시키기로 했다. 2021년 말 미국과 이스라엘, UAE, 인도 4개국은 중동 내 전략적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을 논의하기 위한 ‘중동판 쿼드’로 불리는 ‘I2U2′라는 협의체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이 협의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 경험이 많은 인도의 전문성을 빌려 철도로 지역을 연결하자는 구상을 냈다는 것이다.


ⓒ 자료: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 자료: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I2U2′에 정통한 한 이스라엘의 고위 관리는 악시오스에 “(이 계획은) 처음부터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내세워 중동 지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에 대항하려는 취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제3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이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G7 국가들이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데 2035년까지 40조 달러를 투입하자는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를 구체화해서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I)’라는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오는 2027년까지 미국이 2000억 달러, G7 파트너 국가들이 6000억 달러 규모를 조달해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용어설명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BRI)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야심차게 내놓은 핵심 외교정책이다. 일대일로의 일대(一帶)는 중국 서부~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 남부~동남아시아 바닷길~아프리카-유럽으로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경제·군사적 확장을 위해 중국의 서쪽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지역에 ‘육로’와 ‘해로’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중국 내 과잉생산 제품과 유휴 자본, 노동력의 활로를 터주고, 이와 동시에 미국 등 서구권이 외면하는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숨은 목표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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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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