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신뢰성 거듭 당부
"美 약속에 의문 갖지 말아달라"
'연합' 중요성 부각하며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 강조하기도
주한유엔군사령관이자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인 폴 러캐머라 미 육군 대장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의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국내 일각에서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이나 LA를 희생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데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30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특별강연자로 나서 "'서울을 위해 LA나 워싱턴을 포기할 것인가'와 같은 논쟁은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곳(한국)에 사는 미국인의 수, 이 나라(한국)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의 수, 이 땅에서 근무한 군인의 수, 그리고 가족 또는 지인과 함께 이곳에 온 사람의 수를 (보라)"며 "제발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가지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 외에도 약 2만8000명의 주한미군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한반도 체류 미국인 규모 등을 감안하면, '한국 방위가 곧 미국 방위'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명시돼 있듯 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능력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외교·정보·군사·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법 집행·기술 분야 등까지 포괄하는 '통합 억제'를 통해 "한국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위협을 일거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무기체계를 갖추긴 어려운 만큼, "다(多)영역을 동원해 적에게 다양한 딜레마를 안겨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연합(coalition)'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동맹국과 싸우는 것보다 동맹 없이 싸우는 것이 더 나쁘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어록과 △'화살 하나는 부러뜨리기 쉽지만 여러 개는 부러뜨리기 어렵다'는 칭기즈칸의 격언을 언급하며 "하나의 깃발 아래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구호인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를 통해 양국 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러캐머라 사령관은 "각국이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해 연합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단일 국가가 홀로 지금의 여러 글로벌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 역할을 확대해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적대세력에 대해서도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정국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러시아 등 '규칙 기반 질서'를 흔드는 권위주의 국가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러캐머라 사령관은 북한이 개발 중인 무기체계들이 한미 이외의 국가들을 겨냥할 수 있다며 주한유엔군사령부의 다른 전력제공국 역시 대북 확장억제에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 미국의 여타 동맹 및 유사입장국(like minded country)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추가 억제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