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서울·유' 디자인이 그리워진다"…시민들 비판 이어져
시장 바뀔 때마다 바뀌는 서울 브랜드 예산 낭비…슬로건 브랜딩 효과도 의문
서울시 슬로건 알지 못해도…전 세계 관광객 서울에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관광 총력전, 브랜드 교체 아닌 차별화된 서울만의 가치·이미지 고민서 시작해야
'①2000년대 중반베이커리 로고', '②공사장 가림막에 있는 수자원공사 로고', '③남양우유 파생 자회사 우유 브랜드 로고', '④2000년대 중반 롯데 자회사 홈 쇼핑몰 로고'.
지난 2015년부터 사용해온 '아이·서울·유'(I·SEOUL·U)를 대체할 서울시의 새 슬로건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의 디자인 후보 4개 시안을 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이들 시안은 세금 2134만원을 들여 한 업체가 제작한 것이다. "'아이·서울·유' 디자인이 그리워진다", "디자인 서울이라면서 디자인이 이게 뭐냐" 등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혹평이 쏟아지는 이유는 이미 시민들에게 친숙해진 브랜드를 굳이 세금을 들여 바꿔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서울시 슬로건과 브랜드 디자인 관련 질의에 "원래 쓰던 슬로건이 평균점 이상만 됐어도 브랜드나 슬로건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오래 쓰는 것이 장점이라는데는 동의한다"라고 전제하면서 "'아이·서울·유'는 탄생할 때 서울시민 동의율이 34%로 낙제점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눈에는 서울시 새 슬로건 역시 평균점 이하, 낙제점으로 보인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서울 브랜드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을 대표하는 슬로건은 그간 당적에 따라, 시장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미래형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2002년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 처음 만든 '하이 서울(Hi Seoul)'을 14년만에 공식 폐기하고 '아이·서울·유'를 만들었다. '아이 서울 유' 도입 당시에도 브랜드 개발과 행사 등에만 12억원, 기존 로고 교체에 6억원이 들었다. 이후에도 광화문광장, 여의도 한강공원 등 서울 명소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설치와 각종 홍보에 추가로 수백억원이 들었다.
여기에다 바뀌는 슬로건의 브랜딩 효과도 의문이다. 슬로건을 오래토록 쓸 때 비로소 가치가 쌓이고 도시 브랜딩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도시 브랜드로 평가받는 미국 뉴욕시의 'I♥NY'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46년간 써오면서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는 8년만에 다시 도시 브랜드를 교체했다. 단순히 슬로건을 오래 쓰는데 그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슬로건을 알지 못해도 전세계 관광객들이 서울을 찾아올만한 매력 특별시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도시 런던, 도쿄는 도시 슬로건을 몰라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오 시장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관광 총력전은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수장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고 서울 시민도 잘 모르는 서울시 브랜드라면 무슨 소용일까. 관광 총력전은 브랜드 교체가 아닌 차별화된 서울만의 가치와 이미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브랜드 교체와 홍보에 열 올리기보다 차라리 바가지 노점을 점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그렇기에 "'아이·서울·유'를 죽어도 바꿔야겠으면 제발 잘 좀 해라"는 게 시민들의 솔직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