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밀가격 하락과 제분업체가 판매하는 밀가루 가격은 별도"
전분 가격 60% 이상 올라, 설탕 공급가도 오를 예정
물류비, 인건비도 지속 상승…"소비자 부담 덜기 방법 고심 중"
라면업계가 가격 인하를 놓고 장고에 빠졌다.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정부와 여론의 잇단 압박에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작년 라면값 인상과 관련해 “국제 밀 가격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지난해 9~10월에 라면값을 크게 올렸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서 밀 가격이 50% 정도 내렸다”면서 “제조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으로 올렸던 부분에 대해서는 적정하게 가격을 내리든지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라면을 비롯해 식품가격 인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도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주요 식품업체들을 불러 가격 안정에 동참해달라며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들은 작년 9월부터 주요 제품의 가격을 9~11% 가량 인상했다.
연이은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3.1%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인식되는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라면업계의 고심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의 압박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외면이 직접적인 고민의 배경이 됐다.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지만 최근에는 간편식 등 다양한 대체품이 생겨나면서 자칫하다가는 안정적인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여전해 당장 가격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세로 보면 밀을 비롯해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작년 대비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제 거래 시세가 식품기업의 구매 시점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은 걸린다. 현재 공장에서 사용되는 밀가루는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구입해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소맥과 팜유의 국제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30%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전분을 비롯해 설탕 등 다른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물류비, 인건비 등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다른 라면업계 관계자는 “전분도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는데 올 초 대비 60% 이상 올랐고 설탕도 공급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라며 “국제 밀 가격은 낮아졌지만 국내 제분업체가 라면기업에 판매하는 밀가루 가격이 인하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우 어려운 여건이지만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