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적이자 통일 대상
"남북관계 '이중구조'
입장 정리되고 합의돼야
통일·대북정책 지속성 확보될 것"
윤석열 정부가 내년 30주년을 맞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업그레이드를 예고하며 '신(新)통일미래구상' 수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남북관계 재정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통일미래구상이 정권 성향과 무관하게 생명력을 가지려면 가장 기초적인 개념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난 21일 개최된 한국국제정치학회 2023 하계학술대회에서 북한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이 '이중구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입장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주적(主敵)이자 통일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현재의 접근법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실장은 현재의 남북관계가 '국가 간 관계'이면서 '민족 간 특수관계'라는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우리 입장이 정리되고 합의돼야 정권 변화와 상관없는 통일·대북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로 갈지, 아니면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간 (특수)관계로 갈지 논의가 좀 더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실장은 북한 무게중심이 '우리민족제일주의'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로 옮겨가는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것을 대단히 많이 강조했다"며 "(해당 표현이) '김일성 민족'을 강조하는 이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민족끼리라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2015~2017년부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선 본격적으로 우리국가제일주의를 강조했다"며 "우리국가제일주의 시대가 (노동)당 규약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더는 민족적 관점에서 다루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실장은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이 대남 인식에 있어 '(기존 민족 간 관계에서) 국가 간 관계로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해 8월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며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북한과의 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독재정권 인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엄청나게 많은 정권교체를 했는데, 저쪽(북한)은 사실상 정권교체가 70년간 안 이뤄졌다"며 "대화한다는 것을 넘어 그(북한) 정권에 대한 인정까지를 '상호 인정'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앞으로 (김정은) 독재정권을 계속 인정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북한 내에서 이른바 '급변' 같은 게 일어나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 '상호 인정'이라는 정책하에 김정은을 대체한 새로운 정부를 인정하지 말아야 된다"며 "이 딜레마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