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사실관계 파악 초기단계…北측, 연락에 무응답"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견학하다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주한미군 병사의 가족들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혀, 월북 동기를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가 직접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밝히지 않았고, 주변에 딱히 어떤 암시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의 가족들은 19일(현지시간) 그를 “성경 읽기를 즐겼던 조용한 외톨이”로 기억했다. 미국 위스콘신 남동부에서 자란 킹은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들떠 있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킹의 외할아버지 칼 게이츠는 “트래비스가 제정신이라면 그런 일을 일부러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래비스는 착한 아이다. 누구를 해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해치려 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킹은 주변에 월북과 관련해 어떠한 암시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킹이 한국인 폭행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기 위한 본국 송환을 앞두고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지만, 가족들은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족들은 킹이 친하게 지냈던 사촌 동생이 최근 숨진 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봤다. 킹의 외숙모 라케이아 나드는 “킹은 7살짜리 내 아들과 친했는데, 올해 2월 아들이 희소 유전질환으로 사망해 킹이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외삼촌 칼 게이츠도 “킹이 내 아들의 죽음에 크게 상심했다”고 거들었다.
킹은 앞서 지난 18일 오후 3시27분쯤 경기도 파주 JSA를 안보 견학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MDL을 넘어 월북했다. 당시 그는 JSA의 한·미 병사들이 저지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킹과 함께 JSA 견학을 했던 뉴질랜드 관광객 사라 레슬리는 “투어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킹이 갑자기 정말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틱톡에 올리기 위해 어리석은 장난을 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때 군인 중 한 명이 ‘저 사람 잡아’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이날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의 소재를 파악 중이며 북한 측으로부터 아직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어제 가까운 친족에게 연락했고 이후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며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모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킹의 안위와 소재를 놓고 여전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며 필요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