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옥중편지 통해 "방북문제 이재명에게
사전보고 안 해" 진술 번복…'野 회유설' 증폭
與 "사면 가능성 기대하며 자백 번복 해프닝"
"이재명 연루되면 석연치 않은 일 무한 반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 관련 내용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 전 부지사와 접촉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 대표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갑작스러운 진술 번복에 대해 민주당 내 회유가 있었다고 보고 '기획 작품설'을 제기하면서 이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미경 국민의힘 전 의원은 2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99.99% 발부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하도록 한 게 이재명 대표고 이 대표 전 측근이 가서 그걸 회유해서 그 결과 실토하지 못하도록 이 옥중 편지가 써진 게 맞다면 이건 증거 인멸"이라며 "그러면 영장 발부의 핵심 요소를 다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이 언급한 '옥중 편지'는 이 전 부지사가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것이다. 해당 편지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문제를 이 대표에게 사전보고 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담겼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이 2019년 북측에 전달한 800만 달러 가운데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를,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했는데 그 내용을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이후 관련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진술을 뒤집는 것으로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이었다. 이에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 전 부지사의 진술로 인해 이 대표의 수사를 위해 필요했던 중간다리가 생기면서 대북송금 수사의 국면이 뒤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등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통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과 이 대표 보고를 전면 부인한 이 전 부지사의 옥중 편지는 이 같은 진술을 며칠 만에 뒤집은 것이다.
문제는 이 옥중 편지가 나오게 된 과정과 배경이다. 지난 22일 한 언론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민주당 수도권 A의원이 최근 경기도 용인에서 이 전 부지사 측과 만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즉각 국민의힘 측에선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해당 자리에서 A의원은 이 전 부지사 측에 "당이 최대한 돕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회유설은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B씨가 해당 만남 이후 시점인 지난 19일 민주당에 A4 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보내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상황과 맞물리며 더 확산됐다. 당시 탄원서에서 B씨는 "검찰은 남편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고, 아무도 못 도와주게 그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있다"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검찰의 심리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또 B씨는 탄원서가 공개된 날 이 전 부지사를 면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의 주장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이 이 대표 측의 회유로 인한 것이고, 이를 단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김기현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사태를 두고 "너무 뻔한 거짓말을 계속한들 괘씸죄만 더해질 것 같아 진실을 자백했는데, 이재명 대표 측에서 SOS 신호를 보내오니까 나중에 그들이 권력을 잡으면 사면해 줄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자백을 번복하는 해프닝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번 회유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진 것이 아닌 만큼 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 대표와 관련된 인물이 의혹 관련 인물을 만나 회유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월 이 대표의 '정치적 분신'인 정성호 의원이 수감 중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접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회유 의혹이 일었던 바 있어서다.
당시 정 의원은 지난 1월 18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진상 전 실장을 면회해 "마음 흔들리지 말라" "검찰은 증거가 없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는 등의 말을 건넸고, 지난해 12월 9일에는 김용 전 부원장을 면회해 "알리바이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정 의원은 기자회견까지 자처해 "김용 전 부원장은 지난해 12월에 갔고, 정진상 전 실장은 기소되기 전에 가면 말이 많아진다고 할까봐 기소된 뒤인 지난달 설 전에 간 것"이라며 "지금 와서 검찰에서 전체 접견한 내용 중 두세 군데를 뽑아 내가 증거인멸이나 회유를 하려 한 게 아니냐고 하는 저의가 뭐겠느냐"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전 부지사가 왜 짧은 시간 안에 진술을 번복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는지, 진술 번복 과정에 이 대표 측의 회유 작업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공개됐다"며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 측과 뒷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사법 리스크의 칼날이 이 대표 턱밑까지 가면 왜 갑자기 막장 드라마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실제화되느냐"며 "멀쩡한 사람이 돌연사하거나 수사기관 진술을 번복하고, 유력 증거를 조작하는 등 석연치 않은 일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