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A교사의 일기장 중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일기장 사진을 보면 고인이 생을 마감하기 약 2주 전인 지난 3일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XX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고도 쓰여 있다.
‘난리’ 앞에 쓰인 글자는 학생의 이름으로 보인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1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전국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서초경찰서는 지난주 A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나섰다.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양측 부모다.
노조가 최근 2~3년간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교사들의 제보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A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A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교사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등의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현재 서초경찰서는 A교사의 직장 동료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서이초 교장을 비롯해 60여명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유족에게 고인의 휴대전화와 아이패드를 제출받아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 당국도 A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동 진상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