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보 해체 문제 있다” 지적에
‘포스트 4대강’ 사업 본격 점화
환경단체·야당과 사회적 공방 우려도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던 환경부 계획이 날개를 달았다. 감사원이 최근 전임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지으면서 관련 댐을 중심으로 한 물 관리 계획에 힘이 실리게 됐다.
나아가 보 활용 정책이 댐 건설과 지류 하천 준설 등 ‘포스트 4대강’ 사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사회적 논란도 예고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올해 초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전라도 지역에 가뭄이 극심할 당시 4대강 보를 물그릇처럼 활용하는 이수(利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 장관은 가뭄과 같은 물 부족 상황이 일회성에 그칠 일이 아니라며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경우 지역 주민의 기본적인 민생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뭄은 앞으로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해 극한 가뭄과 산업구조 전환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무엇보다 다각적인 신규 수자원 확보로 물의 총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강 보 중심 댐·하천 준설 속도↑
한 장관이 말한 신규 수자원 확보 방안은 보와 댐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취임 1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4대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 결정은 과학에 기반을 둔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과학과 실용을 기반한 물관리를 통해 더 잦아지고 강해질 수 있는 이상기후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더불어 “4대강 16개 보는 6억 3000만t을 담을 수 있는 물그릇으로 200여 취·양수장과 지하수 관정에 공급하고 있다”며 “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쓰고 수질이 좋은 농업용수는 생활·공업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감사원 발표 이후에는 하천 정비 계획도 언급했다. 한 장관은 “4대강 모든 보를 존치하고 세종·공주보 등을 운영 정상화해 다시 활용하는 등 4대강 보를 보답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가뭄과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부는 댐 신설과 하천 준설 등 정비 계획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전국 댐 건설 사업 ‘환경’ 문턱 낮출 듯
환경부가 4대강 관련 사업 추진을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내놓게 될 구체적인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사업에 따라 환경·시민단체는 물론 야당 정치권과 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지난해 건설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전환한 댐 정책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댐 건설·관리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댐 정책을 지속 가능한 관리 중심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댐 관리 전략계획과 세부 실행계획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유지관리, 성능개선’에 방점을 뒀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134개 댐을 대상으로 관리 기본방향과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이번에 환경부가 보 해체 계획이 반영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국가물관리위 심의를 거쳐 변경하기로 한 만큼 댐 관리 계획도 전면적인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구체적으로는 내년에 완공 예정인 원주천 댐과 봉화 댐이 사업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홍수 조절 댐으로 환경부가 지역별 가뭄과 홍수 등에 더 능동적이고 맞춤형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 중이다.
경북 포항 지역에서 추진 중인 항사댐 건설도 사업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항사댐은 이미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와 사업 적정성 검토 면제 결정을 받은 사업이다.
한편, 환경부는 제도뿐만 아니라 그간 물관리 체계 부실을 바로잡기 위해 내부 조직도 개편하고 인사도 단행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예산·재정·인사·조직·규제 개혁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 국토부 출신 인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장관은 “그간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 4대강 논쟁을 종식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을 최우선을 하는 물관리를 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도 신속하게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불호령 맞은 환경부, 물관리일원화 ‘흔들’ [4대강 재점화③]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