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재부상·혁신위 논란·지지율 답보에
李 거취 논쟁 불 붙어…비명계서 결단 공개적 촉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세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각종 논란 끝에 조기 해산했고, '사법 리스크'도 정치권 이슈로 재부상하는 등 각종 악재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 피의자 조사를 위한 소환을 통보했고, 이 대표는 이에 응해 오는 17일 출석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검찰의 출석 통보를 받은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 무능을 감추기 위한 정치수사이자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는 게 가장 큰 국가폭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네 번째다. 그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대장동·위례 의혹으로 2번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시점이다. 검찰이 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오는 16일 이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해 내달께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넘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야는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방탄'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이 경우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논쟁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점도 이 대표에게 고비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지난주 대비 4%p 오른 36%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1%p 하락한 30%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28%로 집계됐다. 여당과는 6%p, 무당층과의 차이는 불과 2%p에 불과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고 출범 2개월 만에 조기 해산한 것도 그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임명권자인 이 대표의 사과 없는 '형식적 유감표명'이 스스로 리더십을 깎아내렸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혁신위의 노인 비하 논란에 당대표의 원론적 유감 표명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혁신위의 '기득권 중진의원과 원로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대의원제 축소안'은 이 대표의 '거취 압박'으로 이어졌다. 당내 대표적 소신파이자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 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진짜) 혁신 대상은 피해갔다"며 "당의 최고 기득권자이자 수혜자는 이 대표다. 용퇴를 결단하시겠느냐"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한 공개 비판도 나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이 대표 앞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저희 지도부가 총사퇴하지 않는 한 내년 총선이후 전당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지는데, (총선) 끝나고 해도 될 일을 굳이 앞당겨야 할 시급성이 무엇인가"라며 "국민이 선출해야 할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민생과 관련된 시급성을 다투는 것도 아닌 일로 오로지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친문(친문재인)계 홍영표 의원은 SNS에 "지금의 안은 '혁신 없는 혁신안'이자 그저 당권사수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양소영 당 대학생 위원장도 "세대, 지역별 보정을 위해 대의원제를 폐지하고, 권리당원의 권한만 강화하면 수도권과 호남, 40대 이상 외 집단의 의견은 상시적으로 무시될 것"이라고 적었다.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 내분 등에 따라 내년 총선 위기론이 힘을 얻는 가운데, 혁신위 논란까지 이어지며 이 대표 책임론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가. 모두 알고 있고,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