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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거취 논할 때 아냐"…비명계, 李 사법리스크 '일단 관망' [위기의 이재명 ②]


입력 2023.08.18 00:00 수정 2023.08.18 09:27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이재명,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네 번째 검찰 출석

비명계 '사법리스크 커질수록 총선 불리' 공통 인식에도

대부분 李 거취 문제 신중…사퇴 촉구는 일각 목소리

"여론 지켜봐야" "당에 여러 지장 요소 있어선 안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출석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대부분은 일단 상황을 관망 중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달 중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지만, 아직은 수사 단계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이르다'는 분위기다.


17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비명계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도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현 상황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낮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그런 짓을 했는데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민심을 얻지 못한 민주당이 역사에 더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재명 지도부가 1년 동안 윤석열 정권을 이겨보겠다,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우리가 민심을 뺏어오겠다 이러고 당대표에 나온 거 아니냐"라며 "그런데 더 악화됐다. 여기에 대해서 1년 동안 제대로 된 냉정한 평가를 하고 반성을 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로남불 정당이다, 방탄 정당이다, 팬덤 정당이다, 이 비판을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 문제의 원인이 뭔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몸부림을 쳐야 된다"라며 "윤석열 정권 공격만 하고 이게 해결 될 거다라고 그러면 무능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민주당의 지지율은 정체 상태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4일부터 16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조사보다 2%p 오른 34%를 기록했지만 민주당은 23%로 변동이 없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 대표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치권에서 '10월 퇴진설' '초겨울 주의보'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검찰 수사 단계인 데다 '결정적인 계기'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본지에 "아직은 이 대표의 거취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표결 상황도 봐야 하고, 당이 지금 어려운 상황이니 여론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최정점에 오를 경우, 여론이 이 대표 사퇴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전해철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이 대표의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많은데 민주당은 그걸 시정하고 국민께 희망을 줘야 되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걸 하는 데 있어서 민주당이 여러 가지 지장이 있다면 그 지장 요소는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28일(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기점으로 해서 '이건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다'라는 얘기가 한쪽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그래도 우리가 같은 배를 타고 윤석열 정부와 싸워나가야 된다'라고 할 수도 있다"라며 "친명과 비명도 딱 나눠져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이 배가 흘러갈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물론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없진 않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명계 설훈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질책이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뿐 아니라 책임 있는 모든 사람이 내려놓고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의견에 다수가 동조하거나 비슷한 의견이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당 상황에 대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나와, 민주당이 생긴 이래 대표 사퇴 요구는 늘 있어온 일이라고 언급했다.


박 전 원장은 "사실상 오너라고 표현되는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의원총회에서 사퇴하라고 해서 사퇴한 적 있다. 박영숙 부총리를 총재 대행으로, 문동환 부총재를 총재 대행으로, 심지어 이우정 선생을 총재로 한 적이 있는 등 정치는 늘 공격이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것은 '잘 되자'는 것으로 봐야지 분열적, 권력 투쟁으로 보면 안 된다"라며 당 주류인 친명계가 비명계의 요구를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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