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가 보여주지 않은 여성들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08.24 07:36  수정 2023.08.24 07:36

'오펜하이머' 전 세계 수익 7억 달러 돌파

여성 과학자들 기여한 업적과 시간, 영화 속 서 부재 지적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전 세계 흥행 수익 7억 달러를 돌파, 올해 개봉작 중 흥행 4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개봉 첫날 55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17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전기 영화로 위험성을 감지하고 내면에서 고뇌하는 오펜하이머의 내면적 충돌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이에 밀도 높은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이 완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핵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여성 과학자 및 여성들이 기여한 모습을 지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오펜하이머와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머스에서 원자 폭탄을 만드는 작업을 탐구한 건, 에드 텔러, 어니스트 로렌스, 한스 베테, 조쉬 펙, 잭 퀘이드 등 남성 과학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릴리 호닉, 플로이 아그네스,조안 힌튼, 엘리자베스 그레이브스,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 등 수백 명의 과학자와 관리자 샬롯 서버 등 이들을 비롯해 640여 명의 여성들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다수는 관리직을 맡았지만 거의 절반은 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생물학자, 컴퓨터 분석가 등 과학자였다.


릴리호닉은 원자력 기술의 핵심 요소인 플루토뇸을 연구한 후, 위험성을 깨달은 후 얼마나 위험한지 알리려다 해고된 인물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당시 플루토늄 무기 매커니즘을 개발하고 테스트한 팀의 일원이었다. 플로이 아그네스는 로스앨러모스에서 원자 폭탄에 직접 참여한 혈액 샘플을 수집했다. 이 연구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데 필수적이었다.


엘리자베스 그레이브스는 맨해튼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했던 기계 코크로프트 윌튼 입자 가속기 사용 경험이 있는 물리학자로, 당시 사용 경험이 흔치 않았던 인물들 사이에서 재원이었다. 샬롯 서버는 다양한 일급 기밀 기출 문서를 처리하는 과학 사서로 활동했다.


독일계 미국인 물리학자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는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원자로를 만드는 팀에서 일했다. 마리아는 1962년 마리 퀴리에 이어 두 번째로 노벨 물리학 상을 수상한 여성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과학자들은 캐릭터로 뚜렷하게 정의되지만, 영화에서는 여성 과학자인 릴리 호닉이 대학원 화학 프로그램에서 타이핑은 배우지 않았다는 말 정도가 전부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펜하이머'는 한 사람, 이론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는 뛰어난 남성 과학자 그룹의 삶과 과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수행된 맨해튼 프로젝트의 모든 측면에 기여한 뛰어난 여성들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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