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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받고 싶으면 먼저 신청" "피의자 형 확정 후에 보상"…강력범죄 피해자들, 두 번 울다 [디케의 눈물 116]


입력 2023.09.05 05:24 수정 2023.09.05 05:24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서현역 흉기 난동' 희생자 故 김혜빈 유족, 보상 절차 안내받지 못 해…거액 병원비 겨우 해결

전문가 "피해자 지원 관련 법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 호소해야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규정"

"피의자 형 확정 전까진 보상금 못 받아…즉각적 피해보상 안 되면 피해자는 이중 고통 겪게 돼"

"'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하는 입법, 적극 추진되고…'원스톱 서비스 시스템'도 갖춰져야"

故 김혜빈 씨 영정.ⓒ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두 번째 희생자 故 김혜빈 씨의 발인식 엄수됐다. 김 씨의 유족은 범죄 피해자를 돕는 보상 절차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거액의 병원비를 겨우 해결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충격에 휩싸인 피해자 유족이 피해 보상 절차를 인지하고, 정부에 선제적으로 보상 신청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다수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피의자의 형이 확정된 후에 보상금을 지급받고 있다며 즉각적인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범죄피해자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만, 모두 피해자가 먼저 신청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이후 정부에서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상 확대를 언급했지만, 실태 파악에 대한 발표는 빠졌다.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역시 지난 2021년 3건 발의됐지만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의 경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있다.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민원과 관련된 여러 서비스를 한 행정기관에서 한꺼번에 제공받는 체제)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라며 "가해자에게 겁을 줘서 범죄를 못하도록 막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피해자 개인과 유가족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 목격자와 동네에 거주하는 분들도 피해자로 간주해 심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강력 범죄에 대해선 국가 차원의 치밀한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기존에 있던 정책의 이름만 바꿔서 대안을 제시하는 관행이 더는 없어야 한다"며 "모 방송사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강력 사건 125건을 분석했더니 20·30대 청년이 주로 금요일날 분노를 표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을 통한 대안을 제시해야지 저비용 권총 지급과 같은 백화점식 처방을 내놓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달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김도우 교수는 "특정 강력범죄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피해자 지원에 관한 심사 절차와 승인 절차에 대한 부분에 대한 문제로 즉각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항상 한계로 지적됐다. 거액의 병원비를 유가족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보상금 지급 절차 역시 피의자의 형이 확정된 후에 할 수 있다는 것도 모순이다. 재판이 길어져 즉각적인 피해 보상이 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측은 또 한 번 고통을 겪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언론에서도 '묻지마 범죄'와 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같은 용어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하여금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방송 화면을 통해 범행 장면을 노출시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매스컴에서도 이같은 점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채 보도하도록 하는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남대 경찰학과 박미랑 교수는 "피해자가 보상을 신청하고, 정부에서 이를 승인하면 지원해주는 현행 제도는 (피해자를 지원함에 있어) 부족함이 있다. 피해자의 피해는 즉각적인데, 절차를 인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며 "그렇기에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다만 대다수 정치인이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입법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달랬다'는 측면에서는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피해자 보호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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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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