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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화제의에 '감사합니다' 안돼"…김영호 도울 특보는 누구


입력 2023.09.06 14:05 수정 2023.09.06 14:0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北외교관 출신 탈북민

북한 변화 필요성 강조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관에 고영환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조해 온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외교관 출신 탈북민을 장관특별보좌역으로 위촉했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관여 의지를 피력하며 장관 직속 납북자 대책팀까지 꾸린 김 장관이 인사를 통해 향후 노선을 더욱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김영호 장관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영환 통일미래기획위원회 국제협력분과 위원에게 특보 위촉장을 수여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장관 특보는 비상근직으로 △국제협력·탈북민 분야 등 장관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자문 △북한 실상 알리기를 위한 강연·토론 등의 국내외 홍보 담당 △북한 정보 분석에 대한 자문 등을 맡는다.


김 장관은 "고 특보는 북한 외교관 최초로 한국으로 탈북한 분"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전체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해 본 분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고 특보는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잘 아는 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인사 역시 윤 정부 '관점'이 투영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통일부가 대북정책과 탈북민 관련 정책을 효율성 있게 추진 나가는 데 있어 고 특보 전문성이 가미되면 앞으로 대북 정보 분석 능력 등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통일부는 고 특보 활동에 지장이 없게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특보는 평양 출생으로 북한에서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불어 통역을 맡은 바 있다. 콩고 주재 북한 대사관 서기관, 외무성 아프리카국 과장 등을 거쳐 지난 1991년 한국 땅을 밟았다. 전문성에 기초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 특보는 "내가 한국에 온 지 33년"이라며 "남북 체제를 모두 경험해 봤다. 한국에 와서도 북한 연구를 놓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북한 엘리트층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보는 눈'이 있고 '듣는 말'이 있다. 장관님의 눈과 귀가 돼서 적극 보좌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문제와 관련해선 "자유민주적 질서에 의해 점진적·평화적으로 이뤄진다면 백 퍼센트 찬성한다"면서도 "갑자기 북한이 어떻게 된다거나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강제로 상황 변경시킨다'는 건, 남북 모두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고 특보는 북한의 변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위촉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무찌르자' '북한을 붕괴시키자'는 건 아주 철 지난 소리"라면서도 "북한이 한꺼번에 많은 걸음을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정상국가 쪽으로 한 걸음씩 나오면 그것이 북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관역에 위촉된 고영환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北 주민 아닌 지도부 쳐다보고 통일정책 이어져"


고 특보는 역대 정부 대북정책의 아쉬운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정부 통일정책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통일정책의 혜택 대상이 북한 주민이 돼야 하는데 북한 지도부를 쳐다보고 통일정책이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남측 정부가 정상회담 등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을 펴왔다는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 특보는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면 통일부가 북한의 악행과 도발을 눈감고 '감사합니다'하는 식으로 받아서 (북한이) 심지어 우리에게 '갑질'하고 하는 건 옳지 않았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여당이 북한의 각종 도발을 묵인하고 대화에 집착하자, 북한이 적반하장격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을 꼬집은 대목으로 해석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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