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 출신 탈북민
북한 변화 필요성 강조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조해 온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외교관 출신 탈북민을 장관특별보좌역으로 위촉했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관여 의지를 피력하며 장관 직속 납북자 대책팀까지 꾸린 김 장관이 인사를 통해 향후 노선을 더욱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김영호 장관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영환 통일미래기획위원회 국제협력분과 위원에게 특보 위촉장을 수여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장관 특보는 비상근직으로 △국제협력·탈북민 분야 등 장관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자문 △북한 실상 알리기를 위한 강연·토론 등의 국내외 홍보 담당 △북한 정보 분석에 대한 자문 등을 맡는다.
김 장관은 "고 특보는 북한 외교관 최초로 한국으로 탈북한 분"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전체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해 본 분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고 특보는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잘 아는 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인사 역시 윤 정부 '관점'이 투영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통일부가 대북정책과 탈북민 관련 정책을 효율성 있게 추진 나가는 데 있어 고 특보 전문성이 가미되면 앞으로 대북 정보 분석 능력 등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통일부는 고 특보 활동에 지장이 없게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특보는 평양 출생으로 북한에서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불어 통역을 맡은 바 있다. 콩고 주재 북한 대사관 서기관, 외무성 아프리카국 과장 등을 거쳐 지난 1991년 한국 땅을 밟았다. 전문성에 기초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 특보는 "내가 한국에 온 지 33년"이라며 "남북 체제를 모두 경험해 봤다. 한국에 와서도 북한 연구를 놓지 않았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북한 엘리트층의 한사람으로서 내가 '보는 눈'이 있고 '듣는 말'이 있다. 장관님의 눈과 귀가 돼서 적극 보좌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문제와 관련해선 "자유민주적 질서에 의해 점진적·평화적으로 이뤄진다면 백 퍼센트 찬성한다"면서도 "갑자기 북한이 어떻게 된다거나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강제로 상황 변경시킨다'는 건, 남북 모두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반도에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고 특보는 북한의 변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위촉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무찌르자' '북한을 붕괴시키자'는 건 아주 철 지난 소리"라면서도 "북한이 한꺼번에 많은 걸음을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정상국가 쪽으로 한 걸음씩 나오면 그것이 북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北 주민 아닌 지도부 쳐다보고 통일정책 이어져"
고 특보는 역대 정부 대북정책의 아쉬운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역대 정부 통일정책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통일정책의 혜택 대상이 북한 주민이 돼야 하는데 북한 지도부를 쳐다보고 통일정책이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남측 정부가 정상회담 등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을 펴왔다는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 특보는 "북한이 대화를 제의하면 통일부가 북한의 악행과 도발을 눈감고 '감사합니다'하는 식으로 받아서 (북한이) 심지어 우리에게 '갑질'하고 하는 건 옳지 않았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여당이 북한의 각종 도발을 묵인하고 대화에 집착하자, 북한이 적반하장격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을 꼬집은 대목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