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 이전은 韓 겨냥 도발"
사실상 '레드라인' 선포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래식 무기와 첨단기술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예방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 달여 전부터 북한 포탄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추가 투입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한국을 겨냥할 수 있는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정부가 다양한 채널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모양새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듯, 우리 정부 역시 러시아의 대북 첨단기술 이전을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관련 대북 독자제재 도입
외교부는 21일 개인 10명과 기관 2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번째 대북 독자제재로, 누적 제재 대상은 개인 64명과 기관 53곳으로 늘었다.
이번 독자제재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북한의 불법 활동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 개인 10명과 기관 2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러시아 등 3국과의 무기 거래에 관여한 개인 4명·기관 2곳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군·당 고위인사 3명 △러시아 등지에서 불법 금융거래에 관여한 북한인 3명 등이다.
무기 거래 관련 기관 2곳은 △슬로바키아의 베르소 S.R.O(Versor S.R.O) △글로콤(GLOCOM) 등이며, 개인은 △슬로바키아의 아쇼트 므크르티체프 베르소 S.R.O 대표 △리혁철 △김창혁 △변원근 등이다.
특히 글로콤은 지난 2016년 3월 독자제재 리스트 오른 'Pan Systems Pyongyang'의 위장회사로, 에리트레아와 무기 등의 거래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제재 대상으로 신규 지정된 북한 군·당 고위인사는 △강순남 국방상 △박수일 전 총참모장 △리성학 국방과학원 당 책임비서 등이다. 강 국방상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동행한 바 있다.
러시아 등지에서 불법 금융 거래에 관여한 북한인 3명은 △조명철(주블라디보스토크 제일신용은행대표부) △리창민(주모스크바 동성금강은행대표부) △김명진(주북경 대성신용개발은행대표부) 등이다.
북러 군사협력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러시아 관련 인사들을 콕 집어 제재하며 에둘러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평가다.
"러시아, 北에 첨단기술 이전 시
한러관계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기술을 이전할 경우 '한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의 대북 첨단기술 이전 시, 인도적 물자에 국한된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러관계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지 않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만 언급한 만큼, 사실상 러시아 측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러, 양자관계 '관리' 공감대"
한편 러시아 측은 이번 주 중으로 북한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우리 측에 설명할 예정이다.
장 차관은 '북러 정상회담 내용과 관련해 러시아 측의 설명을 들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주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 관행상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러시아로부터 디브리핑 받는다는 것을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이후 양국관계가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측이 관계 관리 필요성에 공감해 왔다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한국과 러시아가 서로 제재를 주고 받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동안 양측 모두 관계를 서로 관리해 나간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관리를 쭉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