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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제국 얼마나 더 커질까


입력 2023.09.23 07:07 수정 2023.09.23 16:53        데스크 (desk@dailian.co.kr)

디즈니플러스 ‘무빙’이 국제적 격찬 속에 막을 내렸다. 또 하나의, 한류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작이 탄생한 것이다. 후반에 북한 공작원들과의 대결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끌어 시청자의 애를 태웠는데, 마지막 주에 역시 기다렸던 액션을 선사하며 20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액션 표현이 헐리우드 대작 슈퍼히어로물에 비해선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향후 시즌에서 나아질 수 있다. ‘무빙’은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본격 슈퍼히어로 액션물로 축적된 제작 경험이 없었지만, 이번에 경험치를 쌓았으니 다음엔 더 향상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 시즌엔 제작 규모도 더 키워 보다 스펙타클한 액션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후속 시즌에 관심이 모인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대표는 자신의 홍콩 영상업계 지인들이 ‘무빙’을 보기 위해 수요일 저녁엔 약속을 잡지 않았다며 해외의 신드롬을 전했고, 미국의 월트디즈니 본사 회장도 ‘무빙’의 성공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2는 무조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강풀 작가님과도 얘기를 해야 한다. 저희는 너무나 의지가 있다”라고 시즌2 제작 의지를 강하게 비쳤다.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 드라마계에선 원래 시즌제가 기본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미국계 플랫폼이니 ‘무빙’이 성공했을 때 다음 시즌 제작이 당연시됐을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에 비해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선 모처럼 터진 세계적 히트작이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대박 기획을 단발로 흘려보낼 리가 없다.


디즈니는 콘텐츠가 뭐가 하나 떴다 싶으면 사골을 우리듯 또 활용하고 또 활용하며 끝도 없이 가지를 쳐나간다. 판타지 액션 히어로물들이 그런데, ‘스타워즈’나 ‘어벤져스’ 히어로 등이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서 거대한 콘텐츠 제국을 이룩했다.


‘무빙’도 그런 종류의 콘텐츠다. 이 드라마의 세계관 속에서 능력자들은 계속 발굴될 수 있고, 각 능력의 내용도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 꼭 더 나오지 않아도 이미 기존 ‘무빙’에 등장한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이 몰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들을 활용한 후속 시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거기다가 강풀 작가가 이미 거대한 초능력 세계관까지 구축해 놓은 상태다. ‘무빙’ 속에서 시간을 멈추는 김영탁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잠시 나왔는데, 그를 내세운 웹툰이 ‘타이밍’이다. 후속작 ‘어게인’에선 시간 초능력자들이 대결을 펼쳤고 그 후속으로 나온 웹툰이 ‘무빙’이었다. 이것이 ‘브릿지’로 이어지고 앞으로 초능력자들이 모여 결전을 벌이는 ‘히든’이 예정돼있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원작들이 확보돼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이미 기존 ‘무빙’ 드라마의 캐릭터에 몰입했는데, 그 시즌2라고 하면서 갑자기 시간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냥 원작들대로 일단 시간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펼친 후 나중에 ‘무빙’ 캐릭터들과 만나는 흐름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원작을 변형해 기존 캐릭터들을 계속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건 물론 원작자인 강풀의 몫이다. 강풀도 시즌제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그가 결정하면 후속편 제작은 바로 진행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타워즈’와 ‘어벤져스’로 사골을 끓이는 디즈니의 성향으로 봤을 때 ‘무빙’ 시리즈도 거대한 콘텐츠 제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게 되면 한류 콘텐츠 역사에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다.


이런 작품을 만들 때 그동안 언제나 걸림돌은 돈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디즈니 플랫폼이기 때문에 제작비 조달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강풀의 건강이다. 초능력 세계관의 웹툰을 지속해나가면서 드라마까지 효율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드라마 내용이 기존 웹툰에서 크게 벗어나 아예 새로운 창작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그에게 체력과 시간이 받쳐줄 것인가? 생산성 높은 집단 창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향후 ‘무빙’ 시리즈가 얼마나 성장할 지가 달렸다. 정말 한국에서도 헐리우드에서처럼 거대한 세계관의 콘텐츠 제국이 등장할 수 있을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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