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내각, 관료·학자 위주의 능력주의 두드러진 특징
국감·총선 앞 '정무적 식견·전문성' 겸비한 인사 투입
野 공세 효과적 대응 및 국정과제 가시적인 성과 의지
대통령의 인선은 국정운영 철학과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한 척도다.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총리·장관)은 관료와 전문가 기용이 두드러졌다. 해당 부처와 관련된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19개 부처 장관 등 총 20명(일부 장관 교체 전 기준)의 출신을 살펴보면, 관료 출신 6명, 학자 및 전문가 6명, 정치인 6명, 법조인 2명이었다.
10월 기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6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19개 부처 중 통일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의 장관이 교체됐다.
통일부의 경우 정치인 출신 권영세 전 장관 후임으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김영호 장관이 지난 7월 28일 임명됐다. 관료 출신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후임인 방문규 장관은 지난달 20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김 장관은 6·25 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 등을 연구한 국제정치학자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냈다. 현 정부 출범 후엔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신(新)통일미래구상'을 연구해왔다.
방 장관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과 재정 관련 보직을 두루 거친 예산·재정 전문 경제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때 기재부 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5일 실시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27일 열렸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4일까지가 시한인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시한을 넘길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육사 출신(37기)의 신 후보자는 35년간 군에 복무하며,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 등을 지냈다. 21대 총선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신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육군사관학교에 배치돼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를 일찍부터 제기하기도 했다.
박보균 전 문체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유 후보자는 지난 7월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으로 중용됐다가 두달 만에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이명박(MB) 정부에서도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강경파' '투사형'으로 꼽히는 3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국무위원들이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라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을 통해 "국무위원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현재 여야의 스펙트럼이 너무 극단에 가 있기 때문에 공격 받는 게 싫다고 회피하거나 점잖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야당에 맞서 논리와 말로 무장해 싸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이 관료와 학자 중심의 '능력주의'가 두드러진 특징이었다면, 사실상 2기 내각은 정치권에 몸담았던 강성 인사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선명성과 정무적 능력 강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문성과 전투력을 동시에 갖춘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야당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것은 물론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해 국정과제 추진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여권 관계자는 "1기 내각에선 관료와 학자 출신들을 주축으로 삼았지만, 빠른 속도로 주요 국정에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측면이 있다"며 "집권 2년 차엔 전문성과 정무적 식견을 갖춘 인사들을 내각에 포진시켜 이해관계자들과의 마찰로 미적거렸던 국정과제 및 이슈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