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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의 공조? 북한 코치가 ‘금심이’ 몰래 찾아온 이유…김수현 값진 동메달 [항저우 AG]


입력 2023.10.06 11:52 수정 2023.10.06 19:3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값진 동메달의 주인공 김수현(가운데),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는 역도 선수 출신의 대한역도연맹 최성용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 대한역도연맹

‘공조’, 영화 같은 일이 항저우아시안게임 역도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역도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이 비디오판정 끝에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에 앞서 남북의 코치가 한마음으로 메달권 진입을 위해 애썼다. 북한 코치가 경기 전 몰래 찾아와 독려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에 출전한 김수현은 인상 105㎏, 용상 138㎏, 합계 243㎏을 들어 송국향(267㎏), 정춘희(266㎏)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용상 3차 시기가 메달의 향방을 갈랐다.


김수현이 138㎏을 들어 올렸는데 심판 3명 중 2명이 실패 판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비디오 리뷰를 신청했고, 성공으로 판정이 번복되면서 합계에서 대만의 전원후에이(242㎏)를 단 1㎏ 차로 제치고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까지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4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던 김수현이 드디어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한을 푼 순간이다.


경기 후 김수현은 “74kg급 선수들의 랭킹 리스트가 나왔을 때 4위권이었다. 내가 인상, 용상에 주어진 6번의 시기에 얼마를 잡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솔직히 물음표가 많이 던져졌다. 그래도 용기를 갖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영화 ‘공조’처럼, 남북한 합심으로 영화 같은 일을 연출한 북한 역도 대표팀 코치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꾸준하게 선수들을 가르쳐온 김춘희 코치로 알려졌다. 2012 런던올림픽 여자 69㎏급,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75㎏급을 석권한 림정심을 지도한 주역이다.


북한 역도팀은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하면서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김춘희 코치(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는 ‘금심이’ 김수현도 응원했다 .ⓒ 대한역도연맹

김수현은 “국제 대회에서 자주 인사를 나눴던 만큼 림정심을 ‘정심언니’라고 부른다”면서 “북한 코치님이 내가 정심언니와 좀 닮았다고 해서 ‘금심이’라고 불러주신다”고 알렸다. 김수현의 성 김(金총)을 ‘금’을 앞세우고, 정심의 ‘심’을 붙여 ‘금심이’라고 부름으로써 올림픽을 제패한 세계적 선수 수준으로 김수현이 성장하기를 응원하는 뜻이 읽힌다.


고은화 대한역도연맹 홍보이사는 “기량이 훌륭한 선수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4위를 벗어나 메달권으로 진입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꾸준히 훈련해온 결과 김수현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면서 “용상 3차 시기 좋은 성적을 냈는데 실패 판정을 냈을 때는 아득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빠른 대응으로 판정이 번복돼 경기장의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이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북한 코치의 몰래 방문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지난 5월 진주에서 열린 아시아대회에 결국 불참했지만 북한을 초청하는 등 스포츠교류를 시도해온 덕분인지 다른 종목들과는 달리 역도 경기장에서 우의를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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