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의한 인구 급감에 따라 지역소멸 위기에 봉착한 인구 10만 이하의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유지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발굴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서 대성공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모금(고향사랑기부금)은 인구감소 위기에 놓인 지자체에 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은 각종 규제와 홍보 부족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현재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동력이 될 관광과 연계한 스포츠마케팅은 신뢰도 높은 정책으로 떠올랐다. 당장 정주인구를 늘릴 수 없으니 관계인구 확대 증가를 꾀하는 정책 방향과도 궤를 같이 한다.
가장 빠르게 효과를 체감할 수 있고, 체감하고 있는 것이 관광과 연계한 스포츠마케팅 정책이다. 해당 정책을 관통하는 것이 전지훈련팀 유치 사업이다. 전지훈련팀이 지자체를 방문했을 때, 해당 지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소비가 이뤄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 분명 보탬이 된다. 지역 내 숙박업소에서 체류하며 주변 식당, 편의점, 상가 등을 이용, 관광 비수기에도 지역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입지적 장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을 포함한 체육시설 인프라로 전지훈련지 ‘원픽’ 지역으로 꼽힌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지자체들의 전지훈련팀 유치 사업 추진 배경과 성과, 그로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더욱 치열해질 유치 경쟁 속에서의 생존 조건과 비전을 찾아 각 지자체를 돌며 취재했다.
[전지훈련지 원픽 강원➀] 소멸위기지역 늘어나는 강원특별자치도, 전지훈련팀 유치도 대안
[전지훈련지 원픽 강원②] 생존정책 스포츠마케팅에 진심인 양구
☞[전지훈련지 원픽 강원➂] '가까운 전지훈련지' 인제, 이젠 버스로도 1시간30분대
[전지훈련지 원픽 강원④] ‘여름에 선선’ 고원스포츠 도시 태백
[전지훈련지 원픽 강원⑤] 더 치열해지는 유치 경쟁, 생존 전략은?
인구 32,700여 명(16,631세대)의 인제군은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인구관심지역이다. 인구 감소 중에도 청년층 인구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지역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역 상경기는 휴가철에만 의존하는 한철 장사에 그쳤다. ‘래프팅 명소’ 내린천도 유행이 지나면서 이전의 기세를 잃었다.
좌시할 수 없었던 인제군은 인구감소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면서 스포츠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전지훈련팀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2년에는 54개 스포츠대회와 18개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35,300여 명의 선수를 인제로 불러들이며 65억원 내외의 지역경제 효과를 일으켰다. 올해는 60개 이상 체육대회와 30개 이상의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4만 명 이상의 방문객 유입과 90억원 이상의 지역 경제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양구군 못지않게 인제군도 전지훈련 최적지 중 하나로 분류된다. 서울양양고속도로(서울 출발 기준)를 따라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인제에는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집중도를 높이고,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읍‧면에 갖춰진 46개소 체육시설도 전지훈련팀에 개방했다. 하루 8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할 만큼, 사용 시간에 대한 제한도 거의 없다.
인제군에서 만난 권헌주 스포츠마케팅담당(계장)은 “대회에 참가한 팀들이 (인제가)마음에 들면 전지훈련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 유치는 전지훈련지 유치의 중요한 홍보 도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인제의 자랑인 인제전지훈련센터 준공으로 스포츠 도시로의 도약과 비상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인제전지훈련센터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대규모 스포츠대회 및 전지훈련팀 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추진됐다. 남면 신남리 290번지 일원 9791㎡ 부지에 국·도비 포함해총사업비 90억원을 투입해 지상 2층 연면적 2782㎡ 규모로 조성됐다. 다목적 체육관과 체력단련실, 세미나실, 선수 숙박동 등 전지훈련에 필요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유소년팀 같은 경우는 학부모들이 음료나 커피를 즐기며 실내체육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쾌적한 공간도 누릴 수 있다. 소프트볼국가대표 상비군, 좌식배구 국가대표(여자), 속초고등학교 배구팀 등 전지훈련팀들이 거쳐갔다. 전문가들은 “인제전지훈련센터 같은 곳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트레이닝하우스처럼 과학적인 체력 및 재활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시설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환경도 빼어나 전지훈련 성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 여름 인제군에서 전지훈련을 가진 소프트볼 국가대표 후보팀 안연순 감독은 “지난 6월 인제군에서 전국대회를 치렀는데 ‘아! 여기 참 좋구나’라고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군 담당자들도 너무 친절했다. 협회에서도 만족스러워 큰 고민 없이 인제를 전지훈련지로 결정했다”며 “스포츠센터뿐만 아니라 야외 경기장 시설 모두 깨끗해서 좋았다. 군에서 야구장 두 곳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협조해줘 정말 고마웠다. 야외 연습이 길어지면 눈이 피로하다고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아름다운 주변 경관 덕분에 눈의 피로도 덜했다. 주변을 둘러싼 산을 보면 지쳤던 몸과 마음도 힐링이 된다고 해야할까”고 말했다.
지역민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전한 넉넉한 인심도 소개했다.
안 감독은 “훈련하는데 지역 상인들께서 옥수수도 직접 갖다 주시고, 더울 때 아이스크림도 주셨다. 이름도 잘 밝히지 않은 체육회 관계자분들과 그 가족들은 과일빙수까지 직접 만들어 주셨다. 좋은 추억이 참 많다. 다시 이곳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때는 인제 관광지도 꼭 둘러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남면 상인회 선정이 부회장은 “남면은 인구 3,800여 명 정도다. 관광객 유입도 전무한 실정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제전지훈련센터가 준공돼 희망을 얻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상공인들 모임으로 상인회를 구성했다.남자좌식배구 국가대표팀 입성을 시작으로 여자소프트볼선수단 입성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단의 방문으로 음식점 등 각종 분야에서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적인 지역 분위기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면 상인회에서는 남자좌식배구 국가대표팀이 방문했을 때 훈련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여자소프트볼 선수들 사기진작을 위해 옥수수를 삶아 전달하며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기도 했다.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라고 아이스크림도 사다 주면서 응원도 했다. 의기투합하여 구성된 상인회는 인제전지훈련센터를 방문하는 선수, 임원들에게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인제군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한다. 팀 관계자와 선수들을 위한 전지훈련팀 맞춤형 특성화 프로그램 개발·운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전지훈련 방문객의 불편사항 해소 및 만족도 증가, 정보 확산을 통한 신규 스포츠관광 수요 창출로 지역 관광 활성화에 더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권헌주 스포츠마케팅담당(계장)은 “현재 인제군라이딩센터와 원통체육문화센터, 기린국민체육센터 운영에 돌입했다. 오는 2024년까지 98억원을 들여 서화평화체육관 건립 공사와 2025년까지 450억원을 투입해 인제읍 종합운동장 조성사업 등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계획을 소개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인제전지훈련센터는 사계절 경기장으로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스포츠 인프라 확충으로 각종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팀을 유치해 지역 이미지 개선은 물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힐링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스포츠의 메카로 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제군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