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수업시간 집중 안 한다며 피해 아동에 딱밤…1심, 아동학대 무죄 선고
법조계 "악의적 감정 갖고 아이 대했다고 볼 수 없고…유형력 행사도 경미해 무죄 판단"
"어린 초1 학생 산만하다고 머리 때린다?…가벼운 딱밤이어도 훈육이라고 볼 수 없어"
"교사의 체벌을 부모와 자식, 친구들 사이 놀이라고 표현한 재판부 판단도 이해하기 힘들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초등학생 제자에게 '딱밤'을 때린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교사가 악의적인 감정을 갖고 아이들을 대했다고 볼 수 없고 유형력의 행사도 경미해 무죄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숙한 초등학교 1학년이 산만하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린 행위는 그것이 가벼운 딱밤이어도 훈육이라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한 교사의 체벌을 '부모와 자식, 친구들 사이에서 하는 놀이'라고 표현한 재판부의 판단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항소심에선 선고유예 등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울산 모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지난해 5월 수업 중 1학년 학생 B양 머리에 '딱밤'을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B양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자 머리를 1회 쳤고 수학 문제 답을 틀린 다른 학생 7명에게도 머리를 치거나 밀었다.
수사기관은 교사의 행위로 아동의 필통과 색연필이 부딪혀 떨어져 피해 아동이 놀랐는데도 진정시키지 않고 문제만을 지적해 낙인효과 및 놀라움, 수치심을 준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손이나 손가락으로 밀거나 치는 방식이어서 강도가 약해 보이고 부모나 자식, 친구들 사이에서도 놀이 벌칙으로 있을 수 있는 정도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며 "학생들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칠 목적이 아닌 수업에 집중하지 않거나 문제를 틀린 횟수 등을 기준으로 한 벌칙의 일환이었고 강도가 약했던 점 등에 비추어 정서적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동학대 전문 신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율다함)는 "아동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감정 표현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있다. 재판부에서 교사가 이런 감정을 갖고 아이들을 대한 게 아니며 유형력의 행사도 매우 경미한 만큼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러나 피해 아동의 연령대를 생각하면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 어리고 미숙한 초1 학생이 산만하고 문제를 틀렸다는 이유로 머리를 때린 행위는 그것이 가벼운 딱밤이라고 해도 훈육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체벌을 '부모와 자식, 친구들 사이에서 하는 놀이'라고 표현한 재판부의 판단도 이해하기 힘들다. 초등학교 1학년의 관점에서 교사의 권위를 생각하면 아이가 교사에게 그 놀이를 제안할 수 없기에 동등한 관계로 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가해자의 관점에서 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이며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등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형법상 학대죄는 단순히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아동의 경우 사회적으로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성인에 비해 보호가치가 더 커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개념은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