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뛰는 정치인들에게 절망"
"혁신위 희생 요구에 아무도 답 안내"
김기현 "모든 기득권 내려놓겠다"…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밝히지 않아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인용하며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는 뜻으로 전국 대학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1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김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지성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것은 의로움을 잊은 현재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당으로서 국민의 삶에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국민의힘부터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고단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녀도 부족할 때 정쟁으로 비춰지는 정치현안에 매몰돼 그 뜻을 다 펼치지 못한 게 아닌가 적극 자성한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원회의 헌신적 노력에도 당 지도부가 그에 맞는 호응을 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며 "인요한 위원장이 혁신은 100점 아니면 0점 밖에 없다고 했는데, 총선을 앞둔 우리 당의 혁신 성적표는 100점과 0점 중 대체 어디에 속해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에게 우리가 희망은 되지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이 되면 되겠느냐"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답을 내놓았단 말이냐"고 질타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개혁과 혁신에 목소리를 내는 이가 외롭거나 지치지 않도록 지도부의 일원으로 확실하게 힘을 보태겠다"며 "의로움을 향한 변화의 길에 보다 많은 분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의 바람과 달리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안에 대해 사실상 종전과 같은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김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혁신위의)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김기현 사퇴'를 주장하는 당내 일부 인사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김석기 최고위원은 "대안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남탓보다 각자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을 열심히 하고 굳건히 단합해 나아가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모두가 자중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가람 최고위원도 "본인들의 희생 없이 당대표를 밀치려는 것에 무슨 혁신이 있겠느냐"면서 "분열과 패배의 과거를 넘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죽는 길보다 모두가 함께 사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