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미 북한이탈주민 인권변호사 인터뷰
민주당 산하 북향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정치 4류라 불리는 프레임부터 깨야"
"민주당, 해야할 일 하는 정당 만들겠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서른세 번째 순서로 전수미 변호사를 만났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화해와평화연대에서 만난 전수미 변호사는 우리 정치가 4류라는 지적에 대해 "그 프레임부터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기업이 2류, 정치가 4류라고 하는 표현은 정치를 냉소적하고 혐오하는 '반정치주의'에 대한 표상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대변인을 하면서 더욱 느낀 것은 중간(중도층)이 없었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우리가 굳이 투표를 하러 가야 하나'와 같은 정치에 대한 무력감이 나타나고 '투표해봤자 바뀌지 않는다'는 식의 무력감 같이 유권자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형태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틀부터 깨야 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또 전 변호사는 현 정치권의 상황을 "여소야대가 아니라 그냥 '양극화'"라고 진단하면서 "서로가 증오하고 분노하는 양극화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치열하게, 어떻게 극복을 해내는지에 대한 고민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어젠다를 선점해서 민주당이 그런 것들을 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양극화 극복을 위한 어젠다를 세팅할 영역으로는 북향민 인권과 장애인 지원을 꼽았다.
1982년생, 전북 군산 출신인 전수미 변호사는 2021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에 임명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캠프 대변인을 거쳤다. 현재는 당 전국여성위원회 북향여성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성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뒤 국제인권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하던 과정에서 '왜 가까운 북한 사람은 구출하지 않느냐'라는 외국인 활동가의 질문이 '책망'처럼 그의 삶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법 공부를 시작했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전 변호사는 북향민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에 대해 법률지원을 하는 공익변호사로도 활동 중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한반도 평화의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한 사단법인 화해평화연대도 설립했다.
전 변호사에게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른 당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먼저 주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신과 어긋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사를 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막스베버의 고전을 인용해 정치인에게 필요한 '국가와 사회를 위한 헌신'과 '열정' 그리고 '책임감'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 본연의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당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 변호사는 "과연 지금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이런 것들을 가지고 책임감있는 정치를 했느냐"라는 점도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민주당 우리 버렸지 않느냐' 비난에 입당
"꿈 '평화통일'…DJ의 길 민주당 기본정신이고
인권과 평화 담론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영역"
전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을 하게 된 계기는 북향여성단체 지원 활동을 하며 한국 생활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민주당은 우리를 버렸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이 때의 경험과 관련 "민주당이 '선택적 정의'나 '선택적 인권'이라는 비난을 듣는 것이 입당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인권 활동가로 올해 딱 20년차를 맞이했다. 인권 변호사로만 놓고보면 10년차가 되는 해"라고도 말했다. 그 사이 전 변호사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로는 민주당 내 희소하다는 평가를 받는 '북한 인권 전문가'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메이커' 등이다.
전 변호사는 "내 최종 꿈은 평화통일 한반도이다. 만약 나의 목숨과 바꿀 수 있으면 그렇게라도 죽고 싶다. 그게 내가 죽는 날까지 해야할 소명"이라고도 했다. 그는 부모님 앞에서 이 같은 결심을 말했다고 하면서 "김대중의 길이란 것은 민주당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정한 타협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게 전 변호사가 내린 평가다.
전 변호사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결국 평화인 것이지 않나. 외국의 외교관과 친구들·투자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 한국의 K-팝이나 K-컬처를 동경해도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니, 장기적으로 머무는 것 자체에 있어선 한반도 리스크를 항상 이야기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 변호사는 "이상하게 인권이라는 담론, 특히 북한 인권은 국민의힘에 가 있고 평화 담론은 민주당이 갖고 있다"면서도 "그 두 개는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도 했다.
전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탈북민들을 북향민(북한이탈주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신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탈북민'이란 이름을 부여한다. 이에 '왜 우리를 북한을 탈출한 상태로만 보느냐. 우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받아주냐' 이런 목소리를 듣게 된다"며 "외교통일위원회 등에서 자문을 하며 민주당 안에서도 그런 목소리들이 반영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선 "시위를 하면 후원금·유명세는 따라오겠지만 문제는 실질적 '구출'이 목적이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언론에 노출되고 사건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분들이 위험에 처해, 은밀하게 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재단 안 만들어져…북한인권법 개정,
구체적인 장애인 지원법도 제정하고 싶어
장애인, 경증이든 중증이든 보호 받아야"
전 변호사는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북한인권법 개정을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남북의 현실, 그리고 북향민들의 현실에 입각해서 제대로 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현재 "북한인권법에서 지원하고 적용되는 '북한 주민'의 범위가 북한 영토에만 있는 것"을 지적했다.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인권재단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북한인권법이 2016년도에 여야 합의에 의해서 통과가 됐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구체적으로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법을 제정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전 대변인은 "전국장애인위원회 대변인에 있으면서 발달·정신장애를 겪고 계신 분의 가족들이 위원회의 당원으로 들어오는 자격을 확대했다"며 "원래는 당사자만 들어오게 돼 있는데, 영역을 확대해 그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게끔 했다. 어떤 것이 필요하고, 당에선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런 일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도전의 혜택(공천과 경선 심사)에서 경증장애인은 배제돼 있었다. 경증장애인 분들에게도 이제 10% 가산점을 줄 수 있게끔 당헌·당규 개정을 대변인으로 들어가서 했었다"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중증이든 경증이든 보호를 받고, 제도적으로 그분들이 더욱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등급을 떠나) 그런 것들을 다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끝으로 "분명히 민주당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며 "그런 영역에서 민주당이 스스로가 좀 역할을 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