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에 지지선언 올려…매케인 측도 싫지는 않은 듯
‘9.11 테러’로 유명해진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일종의 ‘지지선언’을 해 눈길을 끈다.
“매케인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자신들과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의 전쟁을 계속하게 되어 소모전에 빠지고 경제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23일 미국의 유력 언론 매체인 <워싱턴포스트>는 알카에다 지지자들이 의견을 남기는 인터넷 사이트인 ‘알헤스바’가 지난 20일 올린 최신 논평에서 “마지막 미군이 남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매케인 같은 성급한 지도자의 존재가 필요하다”며 “매케인이 전임자 부시의 비틀거리는 행진을 계속하도록 이번 선거에서 매케인을 알카에다가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논평의 주인공이 이 사이트의 운영자인 무하마드 하피드”라고 소개하고, 그가 “미국의 자원을 소진케 하고 경제를 파산시키는 덫에 걸리도록 조장해야 한다”며, “대선 전에 미국을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한다면 미국인들이 매케인에 투표하게 될 것이고 매케인이 알카에다와 복수전을 벌인다면 미국을 지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한 “이 같은 메시지들이 빈 라덴의 시각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매케인을 두려워하는 알카에다의 허장성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게 테러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알카에다 세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매케인의 외교정책 수석 참모인 랜디 슈네먼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직 매케인만이 전쟁 중에 있는 미국을 이끌 경험과 판단력, 인내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 측은 글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워싱턴포스트>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어 “경제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이라크와 테러리즘 문제가 덜 중요해지긴 했지만, 테러 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대선 전후로 테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알카에다는 그간 서방 주요 국가의 선거에 실질적으로 개입해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 한 예로, 지난 2004년 미국 대선 직전에는 이 조직의 지도자인 빈 라덴이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결국 당시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결과적으로 알카에다가 미국 대선을 좌지우지 한 것이다.
또 같은 해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알려진 스페인 열차 테러는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한 스페인 집권당에게 총선 패배를 선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