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주체가 동시에 잠재적 피의자…사건 종결 불투명
"법왜곡죄가 법을 왜곡하는 도구…심판은 누가하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법왜곡죄의 집행 주체가 동시에 이 법의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구조적 모순이 실무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법을 왜곡한 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그 자체로 법을 왜곡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신설된 형법 제123조의2는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을 적용 대상으로 명시한다. 이들이 특정인을 이롭게 하거나 해할 목적으로 법령 왜곡 적용, 증거 조작, 위법 수사 중 하나를 저지르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이 조항에서 규정하는 '법령'에는 법왜곡죄 조항 자체도 포함된다.
따라서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법령을 왜곡하면 해당 경찰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사와 판결을 내리는 판사 역시 마찬가지다. 법의 집행자가 동시에 법의 피의자가 되는 구조다. 검찰이 판결을 문제 삼아 수사할 경우, 법원은 해당 기소 행위가 법왜곡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다시 심판하게 되면서 사건 종결은커녕 무한 되풀이되는 셈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당장 구체화할 재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불리한 결정을 받은 당사자가 판사를 고소하고 이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수사기관을 다시 고발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며 "고발 자체가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행 첫날인 지난 12일 대법원장에 이어 현직 판사와 검사 수십명에 대한 고발이 경찰에 접수된 상태다.
구성요건의 모호성도 쟁점이다. 법왜곡죄가 성립되려면 '고의적 왜곡' 입증이 필수적이다. 법 조항은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합리적 재량과 고의적 왜곡을 가르는 객관적 기준이 현재 불분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왜곡한 자를 처벌하는 법안이 그 자체로 법을 왜곡하는 도구가 된다면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겠나"라며 "단순 법리 차이가 왜곡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수사 및 재판 가이드라인이 될 엄격한 판례 확립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관련 판례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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