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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문체부 VS 대한체육회, 갑진년에는 맞물려 굴러갈까[2024 스포츠]


입력 2024.01.01 10:00 수정 2024.01.01 10:0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해묵은 갈등 놓고 문제부-대한체육회 정면 충돌 양상

문체부의 대한체육회-KOC 분리 움직임 등에 강력 반발

과제 산적한 갑진년, 입장차 좁힌 가운데 협력 여부 주목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뉴시스

새로운 해가 뜬 지금, 새로운 희망도 떠오를 수 있을까.


‘2024 파리올림픽’ 등 산적한 과제를 앞둔 갑진년(甲辰年)의 첫 날이 밝았다.


체육계의 관심은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파열음을 줄이고 어우러질 수 있느냐다.


해묵은 갈등을 놓고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최근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를 관리·감독하는 상급 기관이지만, 이기흥 현 회장은 이전 여러 정부에 걸쳐 문체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 임직원과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주무 부처 문체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활체육과 엘리트 발전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체육회를 관리·감독하고자 정부는 이전에도 KOC를 체육회에서 분리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계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지위,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기타 공공기관의 지위 등 2개의 지위를 갖고 있는 대한체육회로서는 KOC가 분리되면 핵심을 잃는 것이라 이전부터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뉴시스

이번에도 그렇다.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를 중심으로 82개 회원종목단체,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등 체육인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체육계를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유 장관을 성토했다. 대한체육회와 KOC가 분리되면 선수 선발과 육성, 올림픽 파견 등 여러 사안에서 양 단체가 심각한 갈등을 빚어 종목 단체와 지도자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 반박의 골자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의거, 정치적, 법적, 종교적, 경제적 압력을 비롯해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고 주장했다.


비단 이 문제뿐만이 아니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체육 정책을 둘러싸고 문체부와 정면충돌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충청권 유니버시아드 대회 인사, 스위스 로잔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사안으로 갈등을 빚었다.


또 대한체육회는 문체부 내 체육국을 없애고 15개 부처의 체육 업무를 통합한 '국가스포츠위원회' 신설을 주장했고, 문체부는 체육회의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 주장에 대해 "정부 내에서의 신중한 논의와 국회 입법 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열고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한 날도 이기흥 회장은 불참했다. 오히려 대한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 시도 체육회, 시군구 체육회 등 체육단체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체부의 일방적 업무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성명서 발표에 대해 "민간위원 검토 과정에서 여러 경로로 전문가 추천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체육회 추천 인사가 위촉되지 못했다.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매우 유감이다. 추천한 인사가 무조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대응했다.



지난달 '원팀 코리아' 해병대 캠프 참가한 우상혁. ⓒ 뉴시스

두 기관의 잦은 충돌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계층의 이목까지 끌어당긴 결정타는 ‘원팀 코리아’ 해병대 캠프.


지난해 10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해단식에서 해병대 캠프 얘기를 꺼냈다. 당시 이 회장은 아시안게임 결과에 내용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나를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단이 해병대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육계 일각에서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도전, 단결, 협동을 교육하고 두려움 극복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해병대 캠프 프로그램을 강행했다.


공감을 얻지 못한 부정적 여론 속에 진행된 국가대표 선수 해병대 캠프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구시대적인 발상’, ‘선수단 부상 우려’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현재 각 종목 선수단이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확정된 것도 아닌 시점이라 이 회장과 대한체육회 결정은 더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기에 유인촌 장관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적인 종목별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계 올림픽에 대비하려면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할 맞춤형 훈련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한다. 엄동설한에 선수들 부상 우려도 있다. 정신력 강화는 (진천)선수촌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간섭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지켜봤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방법이다”라고 꼬집었다


유인촌 장관까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날카롭게 비판, 해병대 훈련을 주도한 이 회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모양새가 됐다. 그렇게 되면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계속됐던 갈등 관계만 더 도드라지게 됐다.


2024년은 총선(4월10일)을 앞두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치러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기흥 회장이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체육계 내 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대 스포츠이벤트인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모두가 힘을 합해 선수들이 쌓아왔던 기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만 행정력을 집중해도 부족할 시점이다. 두 축이 서로의 가치와 입장을 존중하며 한국 체육을 싣고 함께 맞물려 굴러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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