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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사적제재, 유죄 받았지만…1심 무죄 판결, 대법도 공익성은 인정했다" [디케의 눈물 158]


입력 2024.01.06 05:12 수정 2024.01.06 05:12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대법,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한 '배드파더스' 운영자에 4일 유죄 확정…명예훼손 혐의

법조계 "1심 무죄 판결하고 대법도 공익성 인정…양육비 미지급 문제 심각성 공감한 것"

"구체적 신상 공개하고 채무이행 기간 도달하지 않은 사람 게시…사적 제재, 비방 목적은 인정"

"양육비이행법 개정 및 제도 개선 이뤄지긴 했지만 실효성 크지 않아…더 적극적인 개선책 마련돼야"

ⓒ연합뉴스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61)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공익의 목적이라도 과한 사적제재는 사생활 침해 및 공갈협박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고 대법원에서도 공익 기여는 인정한 점에 비춰봤을 때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한 취지의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양육비 채권을 관리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전날 확정했다. 앞서 구씨는 2018년 9∼10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 5명의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법원은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그러나 구씨의 행위가 '사적 제재'로서 현행법에 어긋난다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으면서도 참작할 점이 있다며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구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인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사회의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주된 목적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도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공익의 목적이고 좋은 취지로 행해진 행위라고 해도 결국 과한 사적 피해를 안겼으며 공갈협박 등 언제든 범죄로 유용될 가능성이 높기에 대법원에서 제재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심에선 무죄가 나왔고 대법원에서도 공익 기여를 인정한 점을 보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공감한 취지의 판결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

그러면서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여성가족부에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일부 신상 공개를 하고 있고 정부에서 제도적인 보완을 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 양육비 청구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아직 실무적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실정이다"며 "국가 차원에서 양육비 채권을 관리하는 등 실효성 있는 입법·행정적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사적인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에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제한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판시한 것이다"며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하였다는 점, 양육비 채무 이행 기간이 도달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게시했다는 점,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 것이다"고 전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 판결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공적인 관심 사안일 뿐 특정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 자체가 공적 관심 사안은 아니라고 보았다는 것과 비방 목적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며 "공인도 아닌 특정인이 양육비를 미지급한 것이 공적 관심사안이 아닌만큼 공익 목적의 사적제재라는 항변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드파더스가 공적 관심사도 아닌 특정인의 상세한 정보까지 공개한 것은 공익을 위한 목적에 비해 특정인의 피해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비방목적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며 "배드파더스의 활동이 양육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양육비 미지급이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넓히는데 기여한 측면도 있기에 양형에서 고려돼 선고유예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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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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