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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녹음, 아동학대 증거로 쓸 수 없다면…"민사소송 적극 활용해야" [디케의 눈물 165]


입력 2024.01.19 05:09 수정 2024.01.19 05:0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대법 "교실서 몰래녹음, 재판 증거 불인정" 판결에…학부모들 "그럼 학대 어떻게 입증하나"

법조계 "아동 진술 중요성 매우 높아질 것…전문성 갖춘 진술보조인 투입해 조력해야"

"민사, 형사에 비해 증거능력 판단 덜 엄격…학대 밝힐 공익적 목적이라면 증거 인정될 수도"

"대검서 아동학대 사건 전담 진술분석관 제도 운영…검사, 기소 단계서 최대한 활용해야"

ⓒgettyimagesBank

부모가 아이 책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그럼 이제 아동학대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형사가 아닌 민사재판에서는 학대를 밝히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크다면 증거 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만큼 민사소송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향후 아동 진술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기에 전문성을 갖춘 진술보조인 확보와 아동진술분석관 제도의 활성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생의 어머니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2일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 하나가 말 그대로 지옥문을 열었다"며 "녹음기를 작동할 수 없는 영유아나 장애아동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고 지적했다. 일부 학부모 카페에서는 "교사와 학생 서로를 위해 교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원의림 변호사(법률사무소 의림)는 "형사 재판에서는 아동 진술의 중요성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아동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진술보조인의 조력을 받는데 이들의 진술 진위를 제대로 수사기관에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의 및 상담사가 투입돼야 할 것이다"며 "아울러 아동의 기억은 빠르게 오염되고 엇갈리는 만큼 부모나 주변인이 얼마나 빠르게 아이의 상태를 파악해서 조치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연합뉴

이어 "또한 형사 사건의 경우 증거 능력에 대한 판단이 조금 더 엄격하지만 민사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증거라고 해도 이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과 증거로 인정됐을 때의 공익적 이익을 비교형량했을 때 후자가 더 크다면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아동학대 사건이라면 학대를 밝히기 위한 목적이 중요하기에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민사로 소송을 걸어보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아동 진술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아동진술분석관 제도 활성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검에서 18세 미만 피해자에 대한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진술분석관들을 두고 있는데 이들이 아동과 면담을 통해 진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법정에서 직접 증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나온 아동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물을 검찰에 보내면 담당 검사가 이를 보고 판단한 후 신빙성 검토를 위해 대검 진술분석관들에게 진술 분석을 의뢰한다"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나온 내용을 검사들이 기소 단계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결국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다투고 대립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협점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들을 두고 교사와 부모가 싸우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며 "아동학대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교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다. 양측 모두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서 협력하고 힘을 합쳐야 하는 대상이자 주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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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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