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성이 형 많이 원망한다(웃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32)의 13년 전 캡틴 박지성을 언급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피파랭킹 23위)은 31일(한국시각) 카타르 알 라이안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피파랭킹 56위)와 연장 전후반을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 접전 끝에 4-2 승리,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사우디전 승리를 뒤로 하고 회복 훈련에 나선 손흥민은 취재진에 “사우디전 승리는 대표팀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 'PK 2골' 기록한 손흥민은 사우디전에서 골이 없었다. 대신 승부차기 1번 키커라는 중책을 맡아 득점에 성공했다. 사우디 1번 키커가 득점한 직후라 부담은 더욱 컸다. 여기에 사우디 팬들의 야유까지 쏟아졌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시원하게 넣었다.
부담이 큰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한 것에 대해 “첫 번째 키커나 마지막 키커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하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첫 번째 키커로 나서달라고 하셔서 그렇게 결정됐다”며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13년 전 캡틴 박지성을 소환했다.
캡틴 손흥민은 “아직도 지성이 형을 많이 원망하고 있다. 지성이 형을 만나면 가끔 2011년 한일전 승부차기를 말한다”고 웃으며 “(나는)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1년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과 충돌했다. 당시 손흥민은 '막내'로 박지성, 이영표 등과 함께 뛰었다. 연장 전후반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캡틴 박지성은 키커로 나서지 않았다. 당시 구자철 등 3명의 키커가 모두 실축해 0-3으로 졌다.
박지성은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좋은 키커가 아니라서 나서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배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했던 것 같다. 다시 그때가 돌아오면 1번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승부차기 끝에 차지한 승리는 잊고 호주전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 손흥민은 부탁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선수들 모두 (한국에 있는)팬들에게 웃음을 드리려 노력 중이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대회가 끝난 뒤 팀에 대해 평가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클린스만호는 다음달 3일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호주와 4강 티켓을 놓고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