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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방과 결혼했다"…순직 영웅 故 김수광·박수훈 [뉴스속인물]


입력 2024.02.04 06:02 수정 2024.02.04 06:0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서 순직…건물 내부 진입했다가 주검으로 발견

김수광, 2019년 임용돼 5년간 500차례 현장 출동…효심 깊어 '문경↔구미' 1시간 거리 출퇴근

박수훈, 특전사 부사관 출신 2년차 '늦깍이' 소방관…호우 실종자 찾으려 68일간 수색활동도

소방본부, 1계급 특진 및 옥조근정훈장 추서 추진…5일까지 경북도청 동락관서 분향소 운영

경북 문경시의 육가공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수광(27) 소방장(왼쪽), 박수훈(35) 소방교(오른쪽)ⓒYTN 보도화면 캡처

경북 문경시에 있는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두 소방관은 모든 재난 현장에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구조 활동에 임해 선후배와 동료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한 두 소방관은 경북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6) 소방교이다. 두 대원은 지난달 31일 전날 오후 7시 47분께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공장에서 불이 나자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 등 "구조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가 급속히 번진 불길에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소방 당국은 고립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순직한 김 소방장은 항상 소방관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군 복무 시절부터 소방관을 준비한 그는 당직 근무를 꼬박 새운 다음 날에도 졸음을 이겨가며 공부했고, 2019년도 공개채용에서 임용되며 소방관의 꿈을 이뤘다. 그는 임용 후에도 화재대응 능력 취득 등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 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항상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그토록 바랐던 119 구조구급센터 대원이 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명의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5년여의 재직기간 동안 500여차례 현장에 출동했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이 부모님을 살갑게 대했던 막내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로 근무 6년 차인 김 소방장은 문경소방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구미에서 거처를 옮기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결혼한 누나에 이어 자신마저 떠나게 되면 두 분만 지내셔야 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인데, 수년 간 문경에서 구미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출퇴근했다.


김 소방장의 아버지는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얼른 씻더니 평소에 잘 안 먹던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나랑 아침을 같이 먹자고 했다. 아내가 차려준 밥과 국을 수광이랑 함께 먹고 출근길에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수광(27) 소방장이 살아생전 부모님과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부사관 출신인 박 소방교는 '사람을 구하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며 2022년 2월 늦깎이 소방관이 됐다. 태권도 사범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2년간 400여차례 화재·구급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헌신했다.


그는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말할 만큼 조직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7월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실종된 문경시, 예천군 실종자를 찾기 위한 68일간 수색 활동에서도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실종자 발견에 크게 공헌했다.


박 소방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쾌활했던 생전의 모습이 남아있다. 그는 지난 2021년 8월 소방공무원 최종 합격소식을 전하며 채용면접 시험 응시표와 최종합격자 공고문을 올리기도 했다. 평소 대인관계도 원만했던 듯, 지인들은 박 소방교의 합격 소식에 아낌없는 축하를 건넸다. 2022년 1월 14일에는 '경북소방'이라고 적힌 특수복을 입고 발차기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경북도는 두 소방관의 장례를 경상북도청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거행됐고, 안장식은 이날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분향소는 5일까지 경북도청 동락관과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서 운영한다. 경북소방본부는 1계급 특진 및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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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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