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론'과 맞물려 '청산론' 확산
文 소주성 비롯한 운동권 어젠다 실패
조국 사태 시작으로 도덕적 타락 조명
22대 총선 시대정신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력으로 밀고 있는 '86 운동권 청산론'이 설 명절 밥상에 오를지 주목된다. 취임 일성부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외쳤던 한 위원장은 서울 지역 운동권 인사가 현역 국회의원이거나 출마 예정인 지역에 대항마를 직접 띄우며 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운동권 청산'은 매번 총선 때마다 나왔던 이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띄웠던 '친노 폐족'이 대표적이었다. 정권재창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퇴하자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19·20대 총선까지 민주당 운동권 정치인들은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21대 국회에서는 70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산론의 파괴력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주도세력'이 다르다는 게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한 위원장의 경우, 70년대 출생 90년대 학번으로 운동권 이후 세대에 해당한다. 21대 국회에서 운동권 전체주의를 가장 맹렬히 비난했던 조정훈 의원도 70년대 생이며, 영입인재를 포함해 국민의힘 내 3040 미래세대들이 '운동권 청산론'을 주도하는 중이다.
국민의힘의 서울지역 한 예비후보는 "과거에는 운동권 청산을 외쳤던 분들이 86세대와 비슷했거나 오히려 연배가 더 높아 국민적 시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은 20년 넘게 권력을 누려온 86 운동권에 대한 피로도와 함께 미래세대를 주축으로 세대교체 요구가 맞물려 설득력을 얻어 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운동권 및 진보진영이 제시했던 어젠다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가처분 소득이 늘어 소비가 진작되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던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소득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집권 중반기를 넘기며 '소득주도성장'이란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도 실패한 사례로 지적된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으나, 서울 아파트 시세 폭등은 물론이고 전·월세 상승도 막지 못했다. 심지어 감사원 감사에서 부동산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에서 나왔다"며 "운동권을 청산한다는 것은 잘못된 이념과 세계관을 극복한다는 뜻이다. 잘못된 생각이 잘못된 정책을 만들고, 잘못된 정책이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는 법"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운동권 인사들의 비위 혐의가 잇따라 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나며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게 꼽힌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유죄가 선고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시작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도 1심에서 사실로 인정됐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직원을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실 인턴으로 허위 등록해 급여를 수령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무엇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2년이라는 중형이 떨어졌고, 송영길 전 대표는 구속수감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송 전 대표는 "윤석열 검찰 정권의 무도함을 심판하겠다"며 옥중 '정치검찰해체당' 창당발기인 대회까지 강행했지만, 공감대를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6이라는 사람들이 미워서 청산을 하자는 게 아니다. 수십 년째 운동권 경력으로 끼리끼리 주고받으며 특권 정치를 기득권으로 계속해 오는 과정에서 부패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분들이 계속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해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