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8)이 ‘베테랑’ 잰더 보가츠(32)를 밀어내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주전 유격수로 뛴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17일(한국시각) MLB.com 등을 통해 "올해 잰더 보가츠가 2루수로 이동하고 김하성이 유격수를 맡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놀라운 결정이다. 지난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보가츠는 11년 2억8000만 달러(약 3470억원)의 대형 FA 계약을 맺은 특급 유격수다. 올스타 7차례·실버슬러거 8차례 수상한 ‘유격수’ 보가츠가 이적 1년 만에 주 포지션을 내주고 2루로 이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김하성은 4년 총액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선수다.
그러나 보가츠는 쉴트 감독의 포지션 변경 제안을 받고 15초 만에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초 만에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사실 보가츠의 2루행은 실트 감독 부임 때부터 계획하고 설득했던 내용이다. 또 김하성의 뛰어난 수비 능력을 잘 알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MLB.com 보도에 따르면, 보가츠는 "나는 유격수로서 샌디에이고와 계약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는 것"이라며 "김하성을 존중한다. 그의 수비를 보며 감탄할 때가 많았다"고 칭찬했다.
실트 감독은 "보가츠가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가츠도 김하성이 유격수로 출전했을 때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가츠는 지난 시즌에도 타율 0.285 19홈런 19도루 OPS 0.790을 찍었다. 보스턴 시절 만큼의 위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유격수로서 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남겼다. 김하성도 지난 시즌 공격 성적(타율 0.260 17홈런 38도루 OPS 0.749)이 괜찮았지만, 도루를 제외하면 보가츠 보다 앞선 것은 아니다.
이번 포지션 이동은 NL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의 수비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공격에서 더 센 파괴력을 보여줘야 하는 보가츠에게는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