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하극상 논란 '23살 주먹다짐 빌런' 비아냥 들어…처음부터 사과하지 않아 국민감정 격앙
국민적 분노의 깊이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따박따박 말대꾸 하듯이…'서초동 사투리'식 대응
한동훈도 아직 검사티 못 벗고 서초동 사투리 남발…총선 앞두고 괜한 시빗거리 되지 말아야
남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공인, 제때 사과하고 감내할 줄 알아야…대통령의 명품백 의혹 해명도 실기
하극상 논란으로 ‘23살 주먹다짐 빌런’ 비아냥까지 들었던 이강인 사태가 진정 국면인가 보다. 런던까지 건너가 물리적 충돌의 당사자인 손흥민에게 사과하고 어깨동무 사진까지 내놓으니 제3자들이 더는 입에 올리기 머쓱해졌다. 물론 이런 난장판이 벌어져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했다는 힐난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것은 다시 ‘70억 먹튀’의 무능 감독에게 좀 더 무게를 실으면 선수들의 싸움은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을 것 같다.
처음부터 이렇게 머리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빌었어야 했다. 그럼 국민감정이 그토록 격앙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전 세계적인 주목도 덜 받았을 것이다. 도대체 이강인 측은 첫 언론성명에서 "늘 치던 게 탁구였다", "탁구 칠 때 누구도 옆에 있었다",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따위의 변명은 왜 했을까. 국민적 분노의 깊이를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내 억울한 마음만 분에 못 이겨 따박따박 말대꾸 하듯이 ‘서초동 사투리’식 대응을 한 것이다. 안일하고 미숙했다.
여의도 정가에서 정치인들은 무슨 말만 하면 “오직 국민을 위해”, “민심은 천심이라서”, “아직 논의 중이다” 따위의 추임새를 습관적으로 섞어 쓰는데, 이렇게 주어와 지향이 애매하고 그저 좋은 말로 일단 버무리고 보려는 정치인들의 모호한 화법을 여의도 사투리라고 한다. 서초동 법조가에도 무조건 따지고 이기려고만 드는 판검사와 변호사들 특유의 심문·반박조 사투리가 날카롭게 존재한다. IT업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영어를 섞어 잘난 척, 고상한 척하려는 판교 사투리가 일상으로 퍼져있다고 한다.
서초동 사투리는 정치 9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세밑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겨냥하면서 더욱 널리 각인됐다. 한 위원장이 자신의 화법이 여의도 정치권과 다르다는 지적에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것은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 5000만 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에 박 전 원장은 “기자들이 뭔가를 물을 때 한 위원장은 토를 달아서 면박하는데, 마치 검사가 피의자를 면박하는 것과 똑같은 습성이 나타나고 있다. 지나치게 서초동 사투리를 많이 쓰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사실 총선을 앞두고 서초동에서 건너간 여의도와 용산의 칼잡이들은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그 곳에 갔으면 그 곳의 언어와 문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충분히 알지도 못하면서 고치겠다고 설쳐대면 지분거리다가 으깨진 묵사발만 들고 나올 수 있다. 정치적으로 풀 것에 함부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 국민들이 검사들에게 권력을 준 것은 기존에 정치하던 사람들에게 신물이 났기 때문이지 그 곳의 언어와 문법이 잘못돼서가 아니다. 막장사천 등 공천 자중지란에 야당은 허우적대고 버릇없는 아이와 점잔만 빼던 노정객은 예상대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헤어졌다. 영부인만 TV 화면에 안 나오게 하면 그렇게 어이없게 지지는 않을 듯한데, 교복입고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기존의 아상(我相)을 못 벗어 괜한 시빗거리가 되지는 말아야겠다.
다시 이강인 얘기로 돌아와서, 결국 ‘탁구게이트’는 대인배 손흥민의 포용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모양새이다. 이게 손흥민이 허그하고 우쭈쭈하면 그냥 넘어갈 일이냐고 아직도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20살 넘은 지도 얼마 안 되는 젊은이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용서하고 다시 기회를 줘야한다. 사실 잘못은 했지만 범죄를 저지른 것도,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혈기왕성한 2~30대 선수들의 싸움박질, 축구 종가인 유럽이나 축구가 인생의 전부인 남미에서는 일상으로 있는 일들이다.
물론 우리 축구 사상 최강의 전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질하게 4강에서 탈락한 것과 이 불미스러운 일을 계속 결부시키면 딱히 할 말도 없고 궁색해진다. 하지만 이강인도 지난 열흘 동안 평생 먹을 욕 다 먹으며 치킨 광고가 날라 갔고 팀에서 쫓겨난다는 가짜뉴스에까지 시달려야했다. 뿐인가. 친누나도 악성 댓글의 포화에 몸서리쳤다고 하니 이 정도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오히려 가장 꼴불견은 두 선수의 화해에 “우승한 것처럼 흥분되고 기쁘다”는 축구협회이다. 무슨 남의 얘기 하듯이 하고 있나. 일이 터졌을 때부터 사생결단으로 봉합할 생각은 안 하고 불똥 튈까 전전긍긍, 애써 외면하고 피해가려는 인상이 강했는데, 안 보이는 데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클린스만 감독 데려온 원죄에 또 한 번 밉상이미지가 제대로 박혔다. 누굴 갖다 놓아도 전임 감독보다야 낫겠지만 기왕이면 그립감이 강한 명장으로 새 사령탑을 선임하고, 3월 월드컵 예선전에 저 두 선수가 나란히 태극마크 달고 뛸 수 있게 배려해준다면 허탈하고 화난 국민들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지겠다.
무릇 공인된 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내 잘못을 인정하고 제때 사과할 줄 아는 것이다. 또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는 질책을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다. 당장은 무너진 자존심에 부끄러움과 참담함이 교차하고 자구 하나하나까지 조목조목 따지며 끝까지 반박하고 싶겠지만 여기서 견디고 버텨야 다시 시작하고 성장할 수 있다. 공인은 내 돈 들여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 인기와 표심을 먹고 사는 게 공인이다. 저 정도 비용은 지불해야한다. 그러고 보니 좀 지났지만, 대통령의 부인 명품백 의혹 해명도 참 못났다. 그냥 사과 한 마디 깔끔하게 하면 될 것을 ‘박절하게’만을 남발하다 민심은 더 잃어버리고 사랑꾼 야유만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