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株 담는 밸류업 ETF 관건은 ‘차별성’ 확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2.27 17:34  수정 2024.02.27 17:44

알맹이 빠진 정책…실망감에 관련주 ‘주르륵’

신규 상품도 회의적 반응…“독창성 고민해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한 밸류업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예고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의 열풍이 한풀 꺾인 가운데 밸류업 ETF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거래일간(26~27일) 국내 상장된 ETF 중 레버리지를 제외하고 주가가 가장 많이 내린 상품은 ‘KODEX 보험’으로 6.35% 떨어졌다. 이 기간 ‘KODEX 자동차’도 3.91% 하락했다.


이는 앞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과 자동차 업종이 상승 랠리를 펼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최근 1개월간(1월26일~2월27일) 국내 상장 ETF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상품(레버리지 제외)은 ‘TIGER 증권’이다.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22.50% 뛰었다. 같은 기간 ‘KODEX 보험’도 18.29% 오르며 레버리지·인버스를 제외하고 상승률 4위에 올랐다.


또 ‘KBSTAR 200금융’(16.80%), ‘TIGER 200 금융’(16.56%), ‘KODEX 증권’(16.46%),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14.85%) 등도 줄줄이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보험·증권과 자동차는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저 PBR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이들 업종은 지난달 24일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행소를 위해 일본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낮은 PBR로 주목받으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전날인 26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이 발표된 이후 대부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시장에선 주가가 급등한 만큼 조정이 이뤄졌고 발표 내용에 따른 실망감에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이 당초 기대와 달리 단순 권고 방안에 그친 데다 첫 발표인 것을 감안해도 눈에 띄는 세제 혜택과 규제 개선이 담겨있지 않아서다.


연내 신설될 밸류업 지수와 관련 ETF의 투자 성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어 12월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상장한다. 다만 본격적인 제도 시행과 상품 출시 전까지 지금과 같은 투자 관심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앞서 성공을 거둔 일본의 사례를 살펴봐도 ETF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본은 첫 정책 발표를 진행한 뒤 약 1년3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에 신규 지수인 ‘JPX 프라임 150’을 출시했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건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ETF 방안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유인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일본 JPX Prime 150 지수의 성과도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관련 ETF들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정돼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ETF가 중장기적인 투자 창구 역할을 하려면 차별화된 상품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상장돼 있는 저평가 가치주 ETF나 주주가치 ETF 등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며 “기존 ETF에서 신규 밸류업 ETF로는 자금이 옮겨가겠지만 이런 유입은 의미가 없어 차별성을 확보하고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유입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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