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 속 시장 인사…"이번엔 2번" 젊은층도 공략
'전천후 경제통'으로 "예산 끌어올 똑똑한 사람" 응원
팔달의 아들, 수성고 출신 '찐' 수원사람으로 간격 좁혀
방문규 "제대로 일하는 사람, 누구인지 보여드릴 것"
"알지. 수원에서 제일 똑똑한 양반이잖아."
25일 오후 2시 수원 팔달문 시장, 장을 보며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문규 국민의힘 후보가 4·10 총선 수원병으로 출마한 것이) 여기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날 수원의 최저기온은 7도. 최근 계속됐던 봄 날씨와 다르게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방 후보는 우비를 뒤집어쓰고 시장을 누비며 유세를 이어나갔다. 방 후보는 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상인들에 "팔달의 아들 방문규다" "잘 부탁드린다" 등의 말을 건네고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번엔 2번!"하고 손으로 숫자 2 모양의 'V' 표시를 만들어 흔들기도 했다.
이번 총선 여야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원병은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이 지역을 되찾아오기 위해 방 후보를 장관직에서 긴급 차출했다. 한 시의원은 "수원 출신이기도 하고 엘리트 관료로 손꼽힐 만큼 능력도 출중하다"며 "여러 면에서 '수원 상징성'이 뚜렷한 분이기 때문에 승부를 볼 '키맨(Key man·핵심 인물)'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다가오는 방 후보를 지켜보다 이내 웃음을 보였다. 지켜보다 앞으로 걸어 나와 후보를 토닥이며 "힘내시라" "이번엔 제발 좀 잘하셔" 등 후보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을 보던 50대 여성은 "우리 아저씨(남편)가 잘 알고 있더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하고 나라 예산 담당했지 않나. 이번엔 2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상인은 "방 후보가 여기(시장) 자주 들리더라. 걱정하지 말라"고 힘을 실었다. 70대 여성은 멀리서 달려와 방 후보를 와락 껴안은 후 "이번엔 꼭 이겨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기도 했다.
방 후보는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 모두에서 중용되며 여러 분야를 경험한 '전천후 경제통'이다. 팔달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뒤 수성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근무하며 대변인과 예산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수출입은행장, 국무조정실장, 산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호리호리한 체구, 반듯한 모범생 같은 외모지만 30여 년의 관료 생활 동안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한다' '하드 워킹(열심히 일하기)'이 아닌 '스마트 워킹(똑똑하게 일하기)'이라는 평을 받았다.
초반 '엘리트 관료' 이미지가 있던 그지만 '고향에 돌아온 익숙함'으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수원병 주민과의 간격을 빠르게 좁힌 모양새였다. 차가운 반응에도 조용히 다가가 눈을 일일이 맞추고 "잘 부탁드린다"며 우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한 상인은 방 후보가 고개를 숙인 뒤 떠나려고 하자 "잠깐, 할 말이 있다"며 고충을 한참 털어놨다. 후보는 빠르게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와 상인의 말을 경청했다. 이후 떠나는 후보에게 상인은 "파이팅"이라며 웃음기를 띄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역전시장에 이어 화서시장을 찾은 방 후보를 만난 주민들은 짙은 기대 심리를 감추지 않았다. 인근 광교·영통 일대 동수원에 비해 낙후된 팔달구를 느낀 열패감 덕은 물론이고, 방 후보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경험이 국비를 가져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중년 여성은 "초심을 잃지 말고 화서시장을 밀어달라. 선거철만 되면 얼굴 비추지 말라"며 "지역 발전 발판이 돼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인근에서 "수성고·서울대·산자부 장관하고 나라 예산을 움직인 사람"이라며 "이번에 수원에 (당선)되면 여기다(팔달구) 예산을…(많이 가져올 거다) 그래서 대통령이 데려왔다"며 인근 시민 포섭(?)에 나서기도 했다. 방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러 꼭 다시 오겠다"고 답했다.
젊은층 공략에도 바빴다. 방 후보는 젊은층이 보이는 가게면 "인사드려야 한다" "젊은 분들을 많이 만나 뵈어야 한다"고 하나하나 걸음을 멈췄다. 상대적으로 젊은 상인들은 "알고 있다"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반면 방문규 후보를 나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60대 여성은 방 후보를 '선비' 같다고 칭하며 "요즘 선비들은 못 살아남는다. 힘있게 용기를 내서 목소리도 크게 하라"며 방 후보를 다그치기도 했다. 또 다른 70대 여성 시민은 "너무 얌전하다"며 "국민의힘이 확실히 이긴다. 독하게 잘 좀 해봐라"고 응원했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상인은 "이렇게 똑똑한데 어떻게 이재명 하나 못 이기느냐"며 "1인당 25만원 준다는데. 미친X 아니냐. 무식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중년 여성은 "오늘 보니까 전국민에게 25만원씩 준다더라, 나라 망치는 거다. 돈만 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생회복 지원금에 필요한 예산이 약 13조원 규모라며 국채 발행 및 예산 조정 시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상승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돕기 위해 돈을 푼다는 것인데,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느냐 내릴 것 같느냐,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25만원 정책은 물가를 올릴 것이다. 사람들을 더 고통받게 할 거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냉담한 반응도 있었다. 한 상인은 방 후보가 다가오자 "시끄럽다"며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건네는 명함도 마지못해 받았다. 무반응에도 방 후보가 고개를 깊이 숙이고 떠난 뒤에야 상인은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후보 명함 위에 방문규 국민의힘 후보의 명함을 올려놓고 유심히 살폈다.
해가 지는 시간, 기진맥진한 상태로 상가 밑에서 비를 피하던 방 후보는 "현장을 다니다 보면 느낌이 온다. 어제도, 그제도 저녁에 사람들을 만났는데 좋은 반응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원은 지난 8년간 5개 지역구 모두에서 민주당이 독주했다. 그러다 보니 8년간 뚜렷한 변화도 없고 도심지는 더 낙후돼가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해졌다"며 "직접 나라 살림을 해보니, 누가 일을 도맡아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더라. 시민분들이 맡겨주신다면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