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S부문·SK하이닉스, 나란히 1Q 흑자 전망
레거시 ASP·미-중 리스크·낸드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관련 수요에 힘입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DS 부문은 전사 흑자전환이 확실시되며, SK하이닉스는 시장 추정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말 그대로 AI 수요에 한정된 것으로, 일반 모바일·PC·서버 시장에 적용되는 범용 제품 소비까지 늘어나야 회복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낸드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달 5일 2024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해 1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DS 부문이 얼마나 흑자를 냈는지에 쏠려있다.
잠정실적은 각 사업부문별로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는 4조9547억원이어서, DS 부문이 많게는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메모리 반도체 ASP(평균판매가격) 상승 효과로 DS 부문 전체 이익 개선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익 개선 주 요인은 메모리 실적 개선과 MX(모바일) 사업부 계절적 성수기 진입 효과"라며 "메모리 출하량은 전분기 기저효과로 역성장하겠으나 블렌디드 ASP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흑자전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컨센서스는 1조4325억원이나 최근 증권사 리포트는 이를 크게 상회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수익성 확보 우선의 보수적 판매 전략에 따른 ASP 상승 효과"로 이 기간 1조60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봤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DDR5, HBM 수요 강세로 비수기 영향을 상쇄했을 것"이라며 1조7120억원을 전망했다.
삼성과 SK 모두 '반도체 봄'이 감지되면서 지난해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재고 부담이 완화되고 있고, 'AI 훈풍'에 힘입어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D램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전체 D램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비트 수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최대 공급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이달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HBM3E는 HBM3의 확장형 모델로, 속도부터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현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도 기존 제품 보다 5~7배 비싸기 때문에 팔수록 이득이다.
삼성은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HBM3E 승부를 예고했다. 경쟁사가 8단으로 D램을 쌓아 24GB 용량을 구현하는 것과 달리 삼성은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삼성은 최근 열린 반도체 학회에서 HBM 전체 생산량을 작년 보다 2.9배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혀, 치열한 HBM 전쟁을 예고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뉴시스
작년 반도체 시장을 휩쓴 '감산·적자'에서 벗어나 양사 모두 '반도체의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제한적인 AI향 비중, 지속되는 미·중 리스크, 낸드 부진 등은 넘어야 할 산으로 손꼽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에서 HBM 매출 비중이 작년 8.4%에서 올해 말에는 20.1%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바꿔말하면 HBM이 선방하더라도 나머지 80%가 따라주지 않으면 실적 회복은 제한적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는 레거시(범용) 제품 판매·ASP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만 회복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PC, 모바일, 일반 서버 등 매스마켓(대량 판매 시장) 수요가 꿈틀거려야 하는 데 아직까지 'AI발 훈풍'만큼 강도가 세지는 않다.
이에 대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일반 D램 가격이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를 시작,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DS 부문 매출이 2022년(약 98조원)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중 리스크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불안요소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 등 대중국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보조금을 빌미로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은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650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팹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서부 웨스트 라피엣에 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HBM3EⓒSK하이닉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정책은 국내 메모리업계의 사업 환경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가 수령할 보조금은 인텔(200억 달러)을 크게 하회하는 60억 달러(약 8조원)로, 공장 설립 이후 반도체 양산 과정에서 고임금, 인프라 부족에 따른 운영 비효율성 등으로 높은 비용 부담이 동반될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은 8조원의 보조금을 손에 넣는 대신 미국이 제시한 독소 조항을 감내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달성하면 미 정부에 보조금에서 최대 75%까지 공유해야 하며, 생산 장비와 원료명 등도 기재해야 한다. 중국과 공동 연구를 하거나 기술 이전을 할 수도 없다. 지적재산·영업비밀 노출이라는 리스크는 물론 중국 사업 동력에도 힘이 빠지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으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반입 차단은 국내기업의 중국 내 팹의 공정 첨단화를 제약할 수 있으며, 동 팹에서 다음 세대의 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국내 EUV 라인과의 협업이 필요함에 따라 생산효율성 저하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램 회복세와 달리 '적자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낸드 사업은 삼성·SK 반도체 실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양사의 낸드 사업이 적어도 올 2분기까지는 적자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D램과 견줘 재고 감축 속도나, 수요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낸드는 제조사들이 많아 가격 경쟁이 치열한 것도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2021년 인수한 솔리다임(인텔 낸드 사업부)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진에 SK하이닉스는 기존 점유율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낸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곽노정 사장은 "그동안 낸드 사업에서 과감한 투자로 점유율을 확대해왔지만 낸드 시장 성장 지연으로 재무적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면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 투자는 지속하되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방향전환이 삼성을 포함한 다른 낸드 업체에게도 확산될지 관심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메모리 시장의 43%를 담당하는 낸드는 가격 반등에 기반해 적자폭을 축소하고 있으나 이러한 가격 상승세는 주로 업계의 감산 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수요 회복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속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