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든 재선보다 트럼프 집권이 낫다 판단"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가짜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이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과 사진이 대거 유포되고 있다는 미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워싱턴의 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은 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포함해 반미(反美) 성향 게시글을 지속해서 유포하는 페이스북 가짜 페이지와 계정 170개룰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수법은 지난 미 대선 당시의 러시아 방식과 유사하며, 더욱 높은 강도로 이뤄지고 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대선판을 뒤흔든 러시아의 활동과 비슷하게 중국도 이번 선거판에서 바이든 흔들기에 나섰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의 한 가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조롱하고 죄수복을 입은 바이든의 가짜 사진을 유포했다. 여기에 바이든이 사탄주의 소아성애자라는 거짓 주장을 활발하게 퍼 날랐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이 계정들이 ‘스패무플라주’ 방식으로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스패무플라주는 스팸(spam)과 위장(camouflage)의 합성어다. 스팸 게시물을 통해 가짜정보를 위장하는 수법을 뜻한다. 중국 정부의 여론조작 캠페인을 칭하는 용어로도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2024’라는 문구가 달린 이 계정은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43세 남성이 주인인 것처럼 꾸며져 있다. 그러나 프로필 사진이 도용된 데다 14년 전 첫 개설 이후 지난해 4월에 와서야 첫 공개 게시물이 올라온 정황 등에 근거해 스패무플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략대화연구소는 유사한 계정이 최소 4개 더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의 반미 정보공작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중국어 게시물이 올라오다 몇 년 전부터 영어로 된 비방글이 게시되기 시작한 계정들도 다수였다.
중국이 '바이든 흔들기'에 나선 것은 트럼프의 당선이 차라리 바이든 당선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저우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 중국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라는 칼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동맹국들만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저우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그는 "대만 문제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지만, 이럴 경우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은 ‘제로’에 가까워져 중국에 진출한 미 제조업체, 미 금융시장과 미 소비자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트럼프 당선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류펑위 미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대해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