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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동작을 7번 갔는데…나경원 승리 요인은 이것


입력 2024.04.15 00:00 수정 2024.04.15 05:08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나경원 54.01%, 류삼영 45.98%

李 대대적 지원 류삼영 왜 떨어졌나

나경원 개인기, 정치신인 피로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로 일대에서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 후보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4·10 총선 서울 동작을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은 8.03%p라는 정치권 예상보다는 큰 격차로 더불어민주당 류삼영 후보를 꺾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바로 동작을이다. 이 대표의 대대적인 '좌표 찍기'로 '개딸'들이 집결하는 모양새까지 보였음에도, 류 후보는 왜 패했을까.


동작을 '나경원 승리' 원인을 정리하면 크게 ①나경원 개인기 ②정치신인에 대한 피로감 ③류삼영 인물론 한계를 꼽을 수 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나경원 당선인은 54.01%, 류삼영 후보는 45.98% 득표율을 기록했다. 나 당선인이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승리했을 만큼, 동작을 선거 결과는 개표 순간까지 오리무중이었다.


선거가 끝난 직후인 10일 오후 7시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는 류삼영 후보가 52.3%, 나경원 당선인이 47.7%였다. 나 당선인은 11일 오전 1시께 당선 확정 후 선거 캠프를 찾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말했을 정도다.


동작을은 이번 총선에서 여야 최대 접전지로 꼽히는 '한강벨트'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구였다. 민주당은 동작을이 보수정당 지지기반인 강남3구 옆에 위치해, 동작을이 뚫리면 강남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동작을의 정치적 상징성을 염두에 둔 민주당은 동작을에 당초 '추미애·전현희' 등 중량감 있는 인사 배치를 생각했었다. 나 당선인은 지난 2월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추미애 전 장관과 정식으로 일합을 겨뤄봐도 좋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기존 정치인들 모두 나 당선인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류삼영 후보를 전략공천한다.


민주당이 영입인재인 류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그는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중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 방침에 반발해 2022년 7월 23일 총경 신분으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최했다. 류 후보는 이 사건으로 직위해제됐고, 민주당에 영입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선대위 출범 이후 첫 지원유세를 동작을에서 했으며, 이튿날인 14일에도 연이어 방문하더니, 선거 이틀 전인 지난 8일까지 총 7번 동작을에 방문하며 류 후보를 집중 지원했다. 이 대표가 본인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찾은 곳이다.


나 당선인은 이 대표를 향해 불쾌감을 표하며 "동작을에 자꾸 왜 오느냐" "동작을이 정치적 놀이터인가"라고 비판했다.


22대 총선에서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11일 서울 동작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당선 소감을 전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이 대표가 류 후보를 살뜰하게 챙기자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들도 나 당선인 유세차량을 따라다니며 조직적으로 나 당선인 선거운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들은 동작을 관내 골목 곳곳에 허위사실과 흑색선전이 담긴 불법 전단지를 부착하고, 나 당선인 선거운동원을 노상에서 공공연히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나경원 캠프는 선거 전날인 9일 '개딸'들을 향해 공직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와 개딸들의 대대적 지원 속에 류 후보가 나 당선인을 여러 번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류 후보는 나 당선인에게 예상보다 큰 차이로 패했다.


그 이유로는 나 당선인의 절박한 선거운동과 전국적 인지도, 동작주민의 정치신인에 대한 피로감과 '류삼영'이라는 인물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나 당선인은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잠을 자면서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선거운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새벽기도를 시작으로 오전과 오후 출퇴근길 인사, 5~6시간의 유세차 인사, 저녁 거리 인사까지 동작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주민들과 만났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구의원 등과 합심해 교육공약·교통공약 등에도 힘을 쏟았다.


실제로 선거운동 기간에 동작을에서 만난 나 당선인을 뽑겠다는 주민들은 "동작사람들에게 나경원 향수가 있다" "(지난 21대) 선거에서 떨어지고 4년동안 동작에서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이번엔 뽑아줘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한테 고초를 당했는데, 그만큼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잘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역인 이수진 의원에 대한 불만과 민주당이 이 의원에 이어 또다시 정치신인을 공천한 것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다. 주민들은 "이수진 의원이 동작을 별로 발전시킨 것이 없다" "이번엔 힘 있는 중진이 와야 한다" "또 신인이 오는 것이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류 후보가 이 대표에게 의존해 본인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선거 패인으로 손꼽힌다. 류 후보는 동작을에 연고가 없는 데다가, 여러 번의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동작을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을 '동작동 옆 묘지'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고(故) 채수근 상병의 이름과 계급을 연달아 틀리며 정치인으로서 연일 부족한 모습들을 노출했다.


다만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높은 정권심판론만으로 신인이었던 류 후보가 46%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린 것은 정부·여당이 반성해야할 요소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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