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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이 10주 이상 참고 있다”…의료계는 여전히 ‘원점 재검토’


입력 2024.04.23 12:00 수정 2024.04.23 12:00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의사들, 의료개혁특위·자율모집 모두 거부

정부 ‘유화책’에도 해법 못 찾는 의정갈등

교수 사직 준비 움직임…환자 불편 불가피

대구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두 달이 넘어가는 가운 의정 간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부터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째 되는 날로, 무더기 사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2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그간 고집하던 ‘의대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를 두고 자율모집을 허용했다. 2000명이라는 규모가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던 만큼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선택을 하면서 의대증원 축소 여지를 준 것이다.


이는 지난 19일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정부가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결정됐다. 총장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여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따라 당초 2000명이었던 의대 입학정원 증원분은 최대 1000명까지 줄어들 수 있게 됐다.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소하고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의료계는 자율모집이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름의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원점 재검토’가 아닌 이상 의정 갈등에 출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자율모집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점 재논의를 재차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과 관련한 쟁점을 논의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도 거부했다. 의협 비대위는 “특위는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며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보건복지

한동안 의료계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의 대응도 다시 강해지는 모습이다. 전공의 행정처분 유예에 이어 자율모집까지 허용하면서 나름의 양보를 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자율모집안이 의료계에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양보라고 못을 박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신입생 자율 모집이) 실질적으로 (마지막으로 제시할 수 있는 안이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각 대학에서 4월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학칙을 개정해 증원 신청을 할 경우 사실상 의대증원 관련 절차가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는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자율모집을 허용한 것은 지금의 갈등 상황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책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전공의와 학생들이 집단행동을 풀고 병원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하려는 정부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정부의 ‘유화책’에도 가운데 의료계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강경한 태세를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말 제출한 사직서가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한 달이 되면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접수돼 당장 수리 예정인 사례가 없고 교수들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기 때문에 임용권자의 사표 수리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5월부터 사직하겠다는 교수가 늘고 있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차관은 “우리 국민들이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등을) 지금 10주에 가깝게 많이 참아주고 계신다”며 “더 이상의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뜻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의 장에 나와서 미래를 함께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료계에 전했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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