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 대통령 영수회담 모두발언
채해병특검법·이태원특별법 수용 요구
"가족 관련 의혹도 정리해달라" 요청
尹, 15분간 들으며 중간중간 고개 '끄덕'
윤석열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영수회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 대통령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 해결과 채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등 민감한 사안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준비한 A4용지 10매 분량의 요구 사안을 고개를 끄덕이며 15분여간 경청했다.
이재명 대표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편하게 여러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실제 이날 영수회담은 지난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이뤄진 첫 만남이다.
윤 대통령이 간단한 인사말로 모두발언을 끝낸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집무실을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불러세운 뒤 안주머니에서 원고뭉치를 꺼내 읽으며 작심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발언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원고에 적힌 내용을 읽기 전 "(국회에서 용산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여기 오기까지 700일이 걸렸다.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할 수 있을 텐데, 야당과 국민이 가지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운을 뗐다.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언 기회를 야당 대표에 넘겼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요구한 사안은 크게 △민생회복지원금과 추경 △야당에 대한 국정파트너 인정 등 국정기조 전환 △이태원특별법, 채해병 특검법 및 거부권 행사 법안 유감 표명 △의정갈등 해결 및 연금개혁 △가족을 둘러싼 의혹 해소 등이다.
우선 그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소상공인·자영업자·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 지원금을 수용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그간 언급해온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에 대한 수용을 촉구한 것이다.
이 대표는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달라는 뜻과 함께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굴복시키려 하면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채해병)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의정갈등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조정을 통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할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약속하고 추진한 점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이 마련된 만큼, 대통령께서 정부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갖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며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약 15분 간의 발언을 쏟아낸 뒤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와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