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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치는 정명훈 “내 몸에 흐르는 피 색깔은 그린” [S크리에이터③]


입력 2024.07.10 07:59 수정 2024.07.27 21:5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개그맨 출신 골퍼보다는 골프 치는 개그맨 되고파

자신의 이름 내건 연예인 스크린 골프 대회 열고 싶어

개그맨에서 골프 유튜버로 변신한 정명훈.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개그맨 정명훈은 지난 2021년 ‘공치는 명훈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연예계 골프 최고수의 유튜브 침공이었다.


많은 골퍼, 연예인, 셀럽들이 ‘공치는 명훈이’ 채널을 다녀갔다. 시청자들이 가장 놀란 점은 프로 못지않은 정명훈의 실력이었다.


실제로 정명훈은 일반 골퍼들이 서게 되는 화이트 티가 아닌 블루 티에서 티샷을 쏘아 올린다. 함께 출연한 이들에게 핸디캡도 부여한다. 그럼에도 정명훈의 샷은 의도한 대로 정확히 꽂히며 대부분 승리로 이어진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정명훈을 서울 강남에 위치한 지수포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개그맨에서 골프 유튜버로 변신한 정명훈.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골프 구력이 궁금하다. 언제부터 즐기기 시작했다.


정명훈 : 2009년부터 골프를 쳤으나 벌써 15년이 됐다. 한창 개그맨으로 활동하던 시기 ‘개그콘서트’에 출연했고 이때 재방송료라는 것을 받았다. 출연료의 20% 정도가 나왔는데 (김)준호 형이 이 돈으로 골프채를 사자고 했다.


그렇게 골프를 시작했고, 레슨도 받았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마침 스크린 골프가 도입될 때였고 레슨 대신 이곳에서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Q : 골프 잘 치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일반 아마추어가 서게 되는 화이트 티가 아닌 블루 티에 선다. 핸디캡과 드라이버 비거리는?


정명훈 : 골프장 난이도에 따라 다르다. 지난 한 해 동안 플레이했던 스코어를 기록해뒀는데 평균 3오버 정도 나왔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필드에서 거리 측정이 힘들지만 240~250m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만약 230m 부근 벙커를 넘겨야 한다면 넉넉하게 넘긴다.



Q : 연예인 중에서 적수가 없겠다.


정명훈 : 솔직히 스크린 골프에서는 내가 제일 잘 치는 것 같다. 워낙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스크린 골프 세팅을 가장 어렵게 설정한다. 골프장 난이도도 별 4개 이상 고르고 상대가 화이트 티에서 치는데도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필드에서는 나보다 잘 치시는 분들이 많다.



Q : 이 정도 실력이면 G투어에 나가도 될 텐데?


정명훈 : 10년 전에 출전한 바 있다. 당시 G투어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처음에는 최하위를 했다. 계속 출전하니 데일리 베스트를 하는 등 계속 실력이 늘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잘 친다. 다만 G투어 라이센스가 있어야 출전이 가능해 초청 선수가 아니라면 나설 수 없다.(※편집자 주 : 정명훈은 ‘스크린 제왕’이자 K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홍택을 꺾은 바 있다)



Q : 골프를 잘 치는 자신만의 노하우 하나만 꼽아보자.


정명훈 : 프로 선수들의 스윙을 유심히 지켜봤다. 물론 그들의 스윙을 완벽하게 따라할 수는 없었지만 공통점 하나를 찾았다. 바로 손목이었다. 프로 선수들은 백 스윙 때부터 손목이 움직이지 않고 딱 고정되어 있었다. 힘을 주라는 말이 아니고 버텨야 한다는 의미다. 손목이 버텨줘야 공에 체중이 실리고 제대로 된 구질이 나온다.



Q : 최근 야구 선수 출신 윤석민이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만만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명훈 : 일단 매우 멋지다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 테스트를 염두에 둔 적은 없다. 나는 골프에 대해 ‘내가 만족하면 된다’라고 생각하지 이걸로 내 실력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다. 뭣보다 자격증을 따고 레슨을 할 것도 아니지 않나. 게다가 참가비가 비싸다.(웃음)


개그맨에서 골프 유튜버로 변신한 정명훈.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이제 본업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 채널 ‘공치는 명훈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다.


정명훈 : 당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후배 개그맨인 홍인규의 골프TV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인규가 ‘형 라이브 방송 너무 잘해요’라고 하더라. 이후 일반인이 하시는 골프 채널에도 나갔는데 그곳 제작진이 마침 연예인 크리에이터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Q : 2021년 1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약 600개 정도의 영상이 올라왔다. 콘텐츠 촬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정명훈 : 만약 필드에 나가 촬영하면 총 3편으로 나눠 편집하는데 일주일에 하나씩, 3주에 걸쳐 게재된다. 또 매주 화요일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을 하고, 마지막 주에는 필드에서도 라이브를 진행한다. 라이브 방송 전에는 구독자들께서 ‘다시 치는 거야’ ‘여러 번 치고 잘 나온 것만 내보내는 거야’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나의 ‘찐’ 실력 그대로를 보여준다.



Q : 개그맨 시절과 비교하면 만족도는 어떤가. 둘 모두 잘하고, 좋아하는 영역인데.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수입도 궁금하다.


정명훈 : ‘개콘’ 시절에는 시청률, 지금은 조회수를 신경 써야하는 게 비슷하다. 업무 강도는 지금이 훨씬 세다. 개그의 소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바로 엎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대사 외우기 또한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나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애드리브로 충분히 진행 가능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내가 생각한대로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혼란에 빠지더라. 무엇보다 꾸준히 영상을 올려야 해 쉴 수 없다. 여전히 어렵다.


수입은 그때 그때 다르다. 개그맨 시절에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정해진 출연료를 받았다면, 지금은 콘텐츠 조회수와 광고를 통해 수입이 정해진다.



Q : 골프 채널을 운영하며 지키고자 하는 철학이 있다면?


정명훈 : 골프는 골프 그 자체로 내버려둬야 한다. 웃음과 재미를 위해 골프를 변형시킨다면 매력이 반감된다 생각한다. 일전에 다른 유튜브 채널에 나갔는데 빗자루로 퍼팅하기가 있더라. 동반 플레이어들끼리는 재밌을지 몰라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골프는 짜고 치지 않는 이상 연기할 수가 없지 않나. 그것이 골프의 매력이고, 골프의 본질에 손 대고 싶지 않다.



Q : 게스트 섭외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명훈 : 개그맨 시절 남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유튜브를 하며 직접 섭외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근 박한별이 출연한 콘텐츠가 조회수 대박이 났는데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한 번은 친동생을 소개한다면서 내가 여장을 하고 ‘명순이’를 출연시킨 적이 있다. 레이디 티에서 쳤고 분장과 썸내일 사진 합성도 잘했다. 첫 편은 조회수가 잘 나왔는데 다음 편은 잘 안 나왔다. 명순이가 누군지 아니까. 댓글에 ‘누가 출연 펑크를 낸 거냐’라며 바로 알아보시더라.


개그맨에서 골프 유튜버로 변신한 정명훈.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앞으로 ‘공치는 명훈이’ 채널에서 진행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정명훈 : 내 채널의 이름을 걸고 연예인 스크린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 필드도 좋지만 인원을 한 날 한 시에 모으기가 쉽지 않다. 김은우 선배께서 예전에 연예인 스크린 대회를 치르셨는데 하루에 끝내는 게 아니라 날짜를 나눠 일정을 맞췄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셨다. 리그전도 재밌을 것 같다. 대회 개최를 지원해줄 후원사가 나서주셨음 좋겠다.(웃음)



Q : 한국인들이 참 골프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정명훈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어릴 때까지만 칭찬을 들으며 자랐다. 이후 성인이 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칭찬 받을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이 들수록 더욱 그렇다. 골프장에 가면 동반자들이나 캐디들이 ‘굿 샷!’을 외쳐준다. 좋은 샷이 아니어도 ‘굿 샷!’이다. 만약 정말 잘 친 샷이라면 내 자신이 너무 뿌듯하다.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이런 것도 있다. 초보자들이더라도 100개의 샷을 하면 적어도 하나 이상은 잘 맞는다. 그 손맛은 집에 가서도 생각 날 것이다. 또 잘 치는 골퍼들의 경우 내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때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 덧붙이자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 때, 슬라이스가 펴지고 드로우 구질로 바뀔 때도 좋았다. 골프는 참 매력이 많다.



Q : 궁극적으로 어떻게 불렸으면 하는지도 궁금하다. ‘개그맨 출신 골퍼’ 내지는 ‘골프 치는 개그맨’ 무엇이 자신에 어울리는 수식어인가?


정명훈 : ‘골프 치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 사실 나의 골프 콘텐츠는 개그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개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개그 콘서트’ 출연 횟수로 따지면 역대 3위다. 1위가 김준호 형이고, 2위가 김대희 형, 그리고 나다. ‘개콘’을 내 맘 속에 묻었지만 이를 통해 인지도를 쌓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Q : ‘공치는 명훈’ 채널을 운영하면서, 그리고 골프를 즐기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정명훈 : 수익이 많이 나왔을 때다.(웃음) 골프만 놓고 보자면, 음... 골프는 늘 반복인 것 같다. 지금 잘 쳤어도 다음 라운드 때는 모두 잊어버린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계속 칠 수 있구나’를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한창 김준호 형, 홍인규와 개그를 짤 무렵, 골프에 빠져들었을 때 인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골프만 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 당시 우리 모두 ‘나중에 돈 많이 벌어 골프만 치자’했는데 이렇게 골프를 치게 됐다. 물론 ‘돈 많이 벌어서’는 빠졌다.



Q : 마지막 질문이다. 나에게 골프란?


정명훈 : 피와 같다. 피가 몸속에서 잘 돌아야 심장도 뛰고 머리도 도는 것 아니겠나. 그것이 살아 있는 것이다. 내 피의 색깔은 그린, 즉 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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