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일성'
"초급·중간 간부 복무 여건·처우 개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로 대비태세 강화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선에서 헌신하는 장병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자원 고갈이 눈앞에 닥친 만큼, 병사뿐만 아니라 '허리' 역할을 맡은 초급·중간 간부 복무·처우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6일 서울 육군회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안보태세 확립만큼이나 장병 사기 복지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특히 초급·중간 간부들의 복무 여건 개선, 처우 개선을 위해 획기적인 추진을 하겠다"며 "그들의 군 복무가 보람되고 자랑스럽고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관련 발언이 "후보자가 일성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이라고 전했다.
숙련 인력 대규모 '이탈'
신규 인력 공급도 원활치 않아
업무와 사생활 분리하는 MZ장병
'군대문화'에 염증 느껴 전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장병 사기 진작을 힘주어 말해야 할 정도로 군 내부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다.
복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이 '병(兵)'을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초급·중간 간부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실제로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장교 및 준·부사관은 9481명에 달한다. 5~10년차 중간간부 비중이 약 43%(4061명)로, 일부 부대에선 남은 인력들의 업무 과중이 현실화하고 있다.
숙련 인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신규 인력 확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초급 간부 등용문으로 평가되는 학군장교(ROTC) 지원율은 2018년 3.4대 1에서 지난해 1.8대 1로 떨어졌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 업무 강도 대비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조건 등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성 장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개최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위·중위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우리는 봉급을 병사들만도 못 받는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임종득 의원은 "(국가안보실) 2차장을 하면서 군인 당직수당을 공무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고도 했다.
현재 군인 및 군무원이 받는 당직수당은 평일 2만원, 휴일 4만원에 불과하다. 경찰(평일 3만원·휴일 10만원)이나 소방공무원(평일 5만원·휴일 10만원)과 비교하면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선 '군대문화'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전역을 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무와 사생활을 구분 지으려는 MZ세대 장병들과 달리, 상급자들은 업무 외 지시 등을 여전히 '관습'으로 여기는 일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군 생활에 충분히 적응한 사람도 변하지 않는 문화에 지쳐 전역을 택하는 경우가 꽤 된다"고 말했다.
정부, 현장 목소리 청취 등
개선책 마련 위해 분주
정치권에서도 '뒷받침' 움직임
군 당국은 현장 목소리 청취 등을 거듭하며 개선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일 김선호 차관 주재로 '부사관 지원율 제고와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현장토의'를 진행한 바 있다. 경제적 보상 확대를 포함해 사기·복지 향상, 인사관리 제도 개선, 자긍심 고취 및 정체성 확립 등 4개 분야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지난 2월 단기복무장려금 인상, 해외연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ROTC 지원율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간부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같은당 박선원 의원도 "갈수록 병역자원은 고갈돼 부사관 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예결산소위 위원으로서, 또 (예결위 간사인) 허영 위원과 우리 국방위 위원이 다 같이 노력하겠다. 부사관 복지·급여 개선을 위해 (정부도)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