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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복합갈등 번진다…해법 없는 고차방정식 될까 우려


입력 2024.08.28 02:00 수정 2024.08.28 05:0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절충안 놓고 뜬금없이 '윤한갈등' 번질 조짐

한동훈, 용산 거부에 "더 좋은 대안 있으면"

국회 '간호법' 속전속결엔 의협 "최후통첩"

"14만 의사, 의료 멈출 수밖에 없다" 수렁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이 의사와 정부 간의 '의정 갈등' 양상을 거쳐, 돌연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 사이의 '윤한 갈등', 그리고 간호사단체와 의사단체가 얽히는 의료직역간 갈등까지 복합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가뜩이나 출구를 찾기 어렵던 '의료 대란'이 해의 공식이 없는 고차방정식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이 되면 현원 3000명의 수업 미비에 따른 증원분까지 합해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이라며 "(2026년 의대 정원의) 증원을 1년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열렸던 고위당정협의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따로 만나 이같은 절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날 페이스북 글은 자신의 절충안이 대통령실에 의해 공개 거부되자, 제안했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현재 의예과 1학년생 3000여 명은 올초 점화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유급된 이들과 함깨 새로 입학한 의예과 신입생까지 7500명이 한꺼번에 강의를 들어야할 국면이다. 한 대표가 '속도조절론'을 제시한 배경에는 이같은 문제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의 절충안 제시에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의료인 증원은 의료개혁의 핵심 아젠다 중의 하나"라며 "일부 의료인들의 불법 이탈에 손을 들어버린다면 그게 나라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말한데 이어, 이날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대한민국 미래 세대를 위해 저항이 있어도 의료개혁은 반드시 완수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한 대표의 절충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제안은 여러 가지로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변화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덕수 총리도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대표로부터 절충안을 제안받은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대통령실이 검토 끝에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집권여당 대표의 절충안 제안이 대통령실에 의해 즉각 거부되고, 다시 당대표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이견이 '물밑'이 아니라 수면 위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잇따르면서, 앞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에 이어 '의정 갈등 해결 방안'이 또 하나의 '윤한 갈등' 소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정 갈등' 사태가 요행 사그라진다면 해결책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오래 갈 일은 없겠지만, 되레 이 와중에 '의정 갈등' 사태는 더욱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진료지원(PA)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PA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해 새로운 의료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전공의 이탈로 초래된 의료공백을 메워보자는데 여야가 일치된 견해를 보인 것이다.


소위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28일 오전 중에 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같은날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로써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했던 오는 29일의 간호사 파업은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애초부터 비(非)의사 직군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간호법 제정에 부정적이었던 의사단체는 더욱 극한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한국여의사회·대한병원의사협의회·대한개원의협의회·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대한의학회 등 8개 단체는 이날 간호법 제정안의 복지위 법안소위 통과 직후 시국선언문을 내고 '의료 전면 중단 사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이날 국회 앞에서 낭독한 시국선언문에서 "간호법 제정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보건의료직역간 혼란을 초래해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간호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고 의대 정원 증원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의사들의 불같은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4만명의 의사 회원은 국민을 살리고 의료를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의협 전체 회원이 한목소리로 정부·국회에 요구하는 최후통첩"이라고 덧붙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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