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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상장했다는 말까지"…기업들, 상법개정안 추진 민주당에 성토


입력 2024.11.29 16:03 수정 2024.11.29 18:1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경제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와 주요 기업들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에 우려와 제안사항을 전달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경제계 간담회'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와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 대비 과도한 규제로 산업경쟁력 저하 및 기업 투자 제약요인으로 작용.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 규제 강화되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TF(단장 오기형)가 상법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 의견과 건의사항 청취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에 간담회를 제의함에 따라 자리가 마련됐다. 앞서 TF는 지난 14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강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진성준 정책위의장, 오기형 TF 단장, 김남근 TF 간사 및 TF 소속 의원 등 11명이 참석했고, 경제단체에서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7개 단체 상근부회장 및 본부장이, 기업 측에서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사장과 대상홀딩스·신성이엔지·드림시큐리티 등 중소·중견기업 대표 및 임원 등 26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상장사의 86%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경영관리자원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중견기업도 법무조직 갖춘 곳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은 대표가 회계‧경영‧영업 등을 다 맡고 있는 상황에서 상법을 개정하면 법무리스크 가중이 불가피다. M&A, R&D, 유상증자와 같은 기업 성장을 위한 전략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에서 명분으로 내세운 ‘소액주주 보호’ 보다는 행동주의펀드로부터의 공격이 잦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행동주의펀드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10배 늘었고, 경영권 분쟁의 9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이었는데, 상법이 개정되면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측은 “코스닥시장의 많은 기업들은 시총 1000억원이 안되는 상황에서 50억~100억원의 자금만 가지고도 지분 10% 보유가 가능하다”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런 사례를 보고 경영권 방어를 지분 확보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 본원적 경쟁력에 힘쓰기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사충실 의무가 확대되면 비상장기업들의 상장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어, 오히려 주식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중소·중견기업은 시가총액이 낮아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지분 확보가 가능해 ‘괜히 상장했다’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 성장을 위한 의사결정과 과실을 갖기 위한 기간이 최소 10년이 필요한데,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단기에 그쳐 이사의 의사결정이 근시안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소송이 확대돼 기업 경영을 법원에 맡기게 되는 상황까지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주총, 이사회, 표준이사회 규정 등 기업에서 경영상 의사결정사항이 99개이고, 분할‧합병 등 관련 의사결정은 몇 개 되지 않는데, 상법이 개정되는 경우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법적 리스크를 지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 사임 이후에도 10년 동안 법적 리스크 존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고소고발 등 형사소송이 일본의 70배에 달하며 민사 법률 분쟁도 3배에 이를 정도라 상법 개정시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사회적·경제적 혼란 초래해 결국 판사님을 회장으로 모셔야 할 상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임죄의 모호한 구성요건, 쉬운 고발 등으로 인해 경영진 경영판단에 애로가 많고, 주요국과 비교할 때 처벌·형량 등이 우리나라만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형법, 특경가법, 상법상 규정된 배임죄를 폐지해 이사의 경영판단이 소극적·보수적으로 위축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침체된 원인이 다양한데 과연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이 주식시장 활성화에 가장 핵심 처방인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업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 안되어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 환경, 기업 신뢰도, 국제적 투자 매력도 등 보다 근본적인 요인과 관련돼 있다”면서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 제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지속적으로 주주평등 원칙 훼손 등의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특히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3%룰)은 지주회사 체제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 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기업측 관계자들은 “자본시장 발전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방법론에 있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견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법 개정보다 개별 주주와 회사·지배주주의 이익 충돌 사안에 대한 핀포인트 처방이 비용·효과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합병가액, 공모신주의 우선배정 등에 있어서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TF 단장은 “모든 제도가 절대 옳거나 그렇다고 고집할 순 없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현재 그 문제를 풀기 위한, 현재 가능한 해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을 더 듣고 그 해법들을 찾아가는 그런 과정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런 방향성에 공감이 있다면 저희도 열린 마음으로 찾아가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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