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역도 은메달에 빛나는 박혜정(21·고양시청)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박혜정은 15일(한국시각) 바레인 마나마에서 펼쳐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87kg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kg, 용상 171kg, 합계 295kg을 들어 올리며 3개 부문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용상에서는 2023년 전국체전에서 세운 170kg을 1kg 초과해 한국신기록도 수립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 박혜정으로서는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합계 기록으로만 메달을 수여하는 올림픽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선수권대회는 인상·용상·합계 각 부문에서 메달을 수여한다. 이에 따라 박혜정은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제2의 장미란’으로 불리는 특급 유망주를 넘어 세계 최정상에 도전하고 있는 박혜정 입장에서 아쉽다면 지난해 세계선수권(금메달 3개)과 달리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리원원(24·중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리원원은 불참했다.
그러나 “리원원을 능가할 것 같디”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예 리옌(20·중국)에 밀려 박혜정은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리옌의 기세는 가공할 만하다. 리옌은 이날 인상 1∼3차 시기, 용상 1∼3차 시기를 모두 '클린 시트'를 기록했다. 인상 149㎏, 용상 175㎏, 합계 324㎏을 들어 3개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리옌은 인상에서 리원원이 보유했던 종전 세계기록마저 갈아치웠다.
리옌은 지난 9월 서천군에서 펼쳐진 동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합계 310kg)에 이어 이번에도 박혜정을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리원원을 넘어 2028 LA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박혜정은 리옌이라는 신예와도 험난한 싸움을 하게 됐다. 팬들 사이에서는 “(리원원 같은)또 하나의 큰 벽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도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박혜정 기록도 우상향하고 있다. 성장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아직도 잠재력이 풍부해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되는 선수”라며 “오히려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은 좋은 자극제이자 박혜정이 가진 능력을 더 끌어올리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근(고양시청)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 역도대표팀은 이번 대회 인상, 용상, 합계 총 메달 순위에서는 8위(금 1·은 4·동 4개)를 차지했다.
원종범(강원도청)이 남자 96㎏급 인상에서 금메달을, 남자 73㎏급 이상연(수원시청)이 용상 은메달, 남자 81㎏급 손현호(성무)가 용상 동메달을 수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