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與 추천 조한창 임명
野 추천 2명 중 정계선 임명·마은혁 보류
쌍특검법 대해선 "국익을 침해하는 법안"
대통령실 "崔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 벗어나…유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른바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재판관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가 지난 26일 선출한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만 임명했다.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보류했다.
최상목 대행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상정·심의·의결한 후 바로 재가했다.
내란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가방 수수, 8회 지방선거 및 22대 총선 개입, 20대 대선 부정선거, 명태균 관련 사건 등 그간 제기된 김 여사 관련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특검은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1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최 대행은 쌍특검법에 대해 "국익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특검 제도는 헌법상 삼권 분립 원칙의 예외적인 제도인 만큼,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세 차례나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특별검사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 훼손 등의 이유로 재의요구를 하였고, 국회 재의결을 통해 모두 부결되어 폐기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안이 또다시 정부로 이송됐다"고 했다.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그간 특검법안들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노정하는 한편,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하여,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될 우려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최 대행의 재의요구로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에 부쳐진 쌍특검법은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151명)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그렇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선 "여야 간 합의에 접근하는 것으로 확인된 정계선(더불어민주당 추천)·조한창 후보(국민의힘 추천)에 대해서는 오늘 즉시 임명하되, 나머지 한 분은 여야의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보류한 것이다.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6인 체제에서 탈출해 8인 체제가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심리와 선고 모두 가능해졌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하려면 재판관 6명의 동의가, 사건을 심리하려면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퇴임 후 후임 재판관이 취임하지 못하면서 헌재는 두 달 넘게 임시 체제로 운영돼 왔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마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박한철 헌재소장이 심리 중 퇴임해 8인 체제로 선고한 전례가 있다. 헌재가 아무리 늦어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4월 18일 전에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한편 대통령실은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대행의 대행 직위에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민감한 정치적 가치판단을 권한대행의 대행이 너무나 일방적으로 내림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최 대행에게 국무회의 전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말아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국무위원들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의 임명 결단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